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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영 Aug 05. 2023

우영우를 넘어서

영화 '내가 점프하는 이유' 인권평

영화 '내가 점프하는 이유' 스틸사진


- 2023년 5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썼던 영화 '내가 점프하는 이유'의 인권평을 대신 브런치에 옮깁니다. 2023년 5월에 쓴 글이고 어떠한 수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링크 : https://www.420sdff.com/2111


"뭐가 보여? 뭐가 보이니, 조스? 아이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어요. 애가 보는 세상은 어떤지. 딱 10초만요." (자폐인 아들 ‘조스’를 둔 부모의 한 마디) 


법조문과 판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는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자폐인이 아니다. 비장애인이 설계한 논리의 세계가 아닌 그 밖을 사는 자폐인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아이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조스의 부모는 자폐인 아들의 세계에 접속하지 못한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다. 반면 이들은 “조스는 모든 걸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요”라고 놀라움을 내비치기도 한다. 


무발화(nonverbal) 자폐인인 13살 히가시다 나오키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 '내가 점프하는 이유'가 제리 로스웰 감독에 의해 2020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 북미,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살고 있는 무발화 자폐인 중 5명의 가족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다룬다. 


무발화 자폐인들은 만족스러울 만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답답하고 그 답답함은 자주 예측하지 못하는 공격성으로 표출되곤 한다. 세상에는 이해받지 못하는 공격성으로 인해 자폐인은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고 학교마저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들 부모는 “애랑 있으면 순간을 살게 돼요”라고 고백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죽고 없는 미래에 홀로 남겨질 자식을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영화 ‘내가 점프하는 이유’는 인물 인터뷰가 주를 이루는 보통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전개되지 않는다. 자폐인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세상을 시퀀스를 만들어 구현해낸다. 마치 관객들도 자폐인의 세상에 접속해보라는 듯한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장면들 가운데 관객들은 여러 감각을 동원해야 영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를 위해 가능하다면 여러 번 영화를 보는 것을 권한다.


작성 : 유지영(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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