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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Nov 24. 2023

말 밑에 마음씨

심리상담가의 사색1(작성: 2022.12.4.)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Larisa-K, 출처 Pixabay


심리상담가로서 지내다보니, 언어에 점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나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가 하면, 어떤 때는 크나큰 상처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말할 때 더 조심하게 되는데, 이제 점점 더 조심하게 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말을 하기까지의 마음이다.


내가 내담자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담자에게 내가 전달하는 마음이다. 마음에 따라 말은 따라 나오는 것 뿐.




때때로 어떤 내담자를 만날 때, 같이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그에게 궁금해 해서 무언가를 물을 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혹시 어떤 마음에서 그렇게 하셨어요?"


반면, 어떤 내담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나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똑같이 궁금해 해도 다르게 표현한다. 


"왜 그런 행동을 했던 것 같아요?"


두 표현 모두 내담자의 이야기를 더 궁금해 하는 것은 표면상 맞지만, 느낌은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내담자도 어지간하면 느끼는 바다. 전자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좀 더 듣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면, 후자는 이야기를 듣는 척하는 것일 뿐 사실 거리감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




물론 나는 상담가로서, 모든 내담자에게 따스한 태도로 그들을 바라보며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수련을 통해, 경험을 통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상담가이기 이전에 나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상대방에게 느껴지는 나의 감정이 있고, 감정에 따라 내 말도 다르게 표현된다. 어쩔 수 없지 않는가. 나 또한 사람인 것을.




우리가 소통하기 위해서 말이라는 것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사실 마음을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말은 마음의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상대에게 어떤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내담자를 만나며,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이를 잘 알고 다스리며 활용하는 것이 상담가로서 해야 할 노력이라는 것도 꼭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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