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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Nov 24. 2023

사람은 변한다.

심리상담가의 사색2(작성: 2022.12.18.)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lanceplaine, 출처 Unsplash


상담을 배우던 시절부터, 책으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말이 한 가지 있다.

'심리상담은 상담자가 이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다. 내담자가 주인공이고, 심리상담은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다.'

그 말을 당연하게 배웠고, 나 또한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때때로 잊어버리며 지내왔던 듯 하다. 이번 내담자를 만나며, 나는 상담을 너무 상담자 위주로해왔던 것이 아닌지 반문하게 되었다.




내담자 A를 만나며 상담한 지 몇 주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를 만나는 시간이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평온하지 못 했다.그를 만나서 어떻게 상담을 진행해야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기적이라도 일어나서 그가 괜찮아져서 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겨났다.

A는 가족 문제 때문에 나와 상담하고 있었는데,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고 가족이 문제라고만 하고 있었다.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려고 하지 않다 보니, 상담자로서 나의 무력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가 왔다. 한 주를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과 함께 상담을 시작하는데,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번 한 주는 정말 좋았어요."

"그랬군요. 좋네요. 혹시 어떤 점이 좋았나요?"

"아내가 제가 존경할 만한 행동을 했거든요. 저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많았어요."

그러면서 자신은 가족을 좀 더 믿게 되었다는 말도 함께.

항상 실망감만 있었던 내담자였는데. 그의 말은 나로 하여금 희망을 주었다.




내가 A를 만나기 직전까지 느꼈던 긴장과 무력감 등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상담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었을까? 정말로 나는 내담자를 믿고 그와 함께 있었던 걸까? 동시에 나는 왜 그동안 내담자를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사람으로 보고 있었는지에 대해 아쉬움이 느껴졌다.




사람은 변한다.

우리 모두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상담을 찾아온 내담자 또한 자신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나서, 다시 상담자를 만난다. 상담자는 그의 노력과 애쓰는 모습을 봐주는 사람이다. 그가 결코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존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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