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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Nov 24. 2023

삶은 예측불허, 통제불가

심리상담가의 사색3(작성: 2023.1.1.)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wanderingstef, 출처 Unsplash


올 한 해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이로 인한 쉼을 가지기 위해 2주 간 겨울방학을 정했다. 그리고 오랜 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자 해외여행도 계획했다. 

다행히 상담은 잘 마무리되었고, 비행기 또한 안전하게 우리를 여행지로 데려다 주었다. 며칠 간은 오랜 만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여유를 느꼈다. 하지만 이 휴식은 그리 오래 가지 못 했다. 

왜냐하면, 한국에 남겨놓은 우리 집의 하나 뿐인 반려견 자유가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펫로스 증후군과 같은 단어가 유행할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있고, 반려동물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나 또한 하나 뿐인 반려동물이 떠나간 상실감과 함께 한 동안 지내고 있다.)




내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떠올랐던 단어는 제목에 이미 썼다시피 예측불가와 통제불가였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내가 이룬 것에 대해 얼마나 내가 기여했을 것 같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적어도 90% 혹은 100% 내가 노력해서 이뤄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달리 말하면, 내 삶은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서 통제하며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자신이 이뤄낸 것은 10-30%에 불과하고, 여러 다른 환경적 요소들로 인해 현재의 내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당시에는 이것에 대해 참으로 이해하지 못 했다. 나는 더 나은 나를 위해 목표를 정하고 살아가고 있고, 하루하루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결과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고작 10-30%라면 나는 왜 그토록 애쓰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나의 태도로 인한 충격은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나를 찾아 왔다. 바로 불합격이라는 결과로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는 운이 좋게도 불합격의 경험이 20대 초반까지 크지 않았다. 지금도 20대  중반 이전에 나의 머릿속에 기억나는 실패의 아픔은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하지만 20대 중반 대학원 시절에 나는 실패의 아픔을 맛봤다. 

심리상담과 관련된 기관에서 채용 공고가 났는데, 좋은 기회와 혜택이 있던 곳이라 생각해서 지원서류를 냈다. 서류 통과가 되면서 면접을 봤다. 면접은 나쁘지 않게 끝났다. 그리고 그 곳과 이미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곳이라 면접 후에 최종 결과까지 큰 긴장감 없이 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당시에 불합격을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웠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있어서 더 그랬기도 하지만, 내가 원했던 것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감과 상실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이로 인해 한 동안 기숙사의 침대에만 누워있으며 지냈다. 그리고 매일같이 여자친구에게 죽는 소리만 했었다. 그 때마다 여자친구는 나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줬지만, 나는 당시 이 일로 인해 꽤나 충격을 받았고 힘들어 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점점 내 삶에서 내가 노력해서 이뤄낼 수 있는 부분이 사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90-100%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80, 70%로 낮은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반대로 내가 원치 않는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점점 많이 하게 되었다.




이번 반려동물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다시 한 번 결코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 되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내가 바란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나의 반려견 자유를 그토록 원한다고 해서 자유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바라지 않던 일이 터진다. 하지만 그것 또한 삶이다. 이에 대해 부정하지 말자. 그렇다고 아픔이나 상실감을 부인하지도 말자. 충분히 아파하자. 오롯이 슬퍼하자. 그러고 나서 겸허하게 진실로서 현실을 받아들이자. 또한 이것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도 떠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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