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가의 사색19(작성: 2023.8.13.)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일몰을 보러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확 트인 하늘과 일몰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오늘은 제주에서 보는 오랜만의 극적인 날씨라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몰을 보러 가는 길에 잠깐 어느 가게를 들렀는데, 남자 손님 몇몇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옷차림이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곳에 살면서 만나는 친구 사이로 보였다. 저녁 시간에 마음 맞는 친구와 술 한 잔 건네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들의 모습이 사뭇 부러웠다.
일몰을 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그들이 순간적으로 좋아 보였다며, 나는 그런 게 없다고 하소연을 잠깐 했다. 아내는 내 말을 들은 후,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지."라고 했고, 나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멋진 일몰 이후의 다음 날이라 아직은 날씨가 아주 멋졌다. 고요하고 평온한 아침에 아직까지 푸른 하늘을 만끽할 수 있어서 그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어제 아내가 이야기했던 말 한마디(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지)가 다시금 떠올랐다.
나는 순간 내가 모든 것을 다 갖고 싶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아내의 말도 한 번 더 강하게 가슴으로 꽂히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괴로워하고 못마땅스러웠을 듯한데, 이번에는 크게 아쉽거나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내 아내의 말 한마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지. 그치만 우리는 이곳에서 멋진 일몰을 보잖아."
나는 평소 더 높은 곳, 더 나아야 할 곳, 가져야 할 것에 눈을 두고 있었다. 과거나 현재를 보기보다는 미래의 목표 지점을 보는 것에 매우 익숙했다. 그렇다 보니, 아직 다다르지 못한 곳을 떠올리며 현실의 나를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발 딛고 느끼는 현재는 바로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현실에서 내가 이미 가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하늘을 느끼는 중이었다. 내가 현재를 느끼는 동안, 내면에서는 기쁨과 웃음이 나와 함께 했다.
갖지 못한 것, 가져야 할 것, 미래만을 떠올리다 보면 현재의 나는 불만족스럽고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내가 이미 가진, 이미 지니고 있고 누리고 있는 현재를 좀 더 주목하고 이를 음미하다 보면 조금은 더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이미 가졌다고해서 이제부터는 그것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의식적으로 떠올리고 그것에 대해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인듯싶다. 익숙해지지 말고, 그것을 처음 가져보는 것처럼 느끼다 보면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현재 순간의 기쁨을 더욱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미 가진 것만으로도, 나의 삶은 이미 괜찮고 충분하다는 느낌도 함께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