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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티 Aug 30. 2021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다

네덜란드 농장 체류기 프롤로그

무릇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이라면 한 번쯤 외국 살이를 꿈꾸는 법. 

땡깡으로 점철한 어릴 적 외국살이는 없었던 일로치고 

한 번쯤은 자발적으로 서양 땅을 밟아줘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워홀을 비롯해 해외 봉사, helpx, wwoof 등등 여러 체류 방법을 알아보았지만, 

쫄보인 나는 결국 교환학생이라는 가장 안전하고 편한 방법을 선택했다. 


코로나 전부터 거리두기를 연습하던 영국 사람들


가족들은 내가 마침내 영어 말문도 트이고 멋들어진 색목인 친구들도 사귀어 

글로벌 인재가 될 줄 알고 나를 유럽으로 보내주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입을 닫고 고독한 은둔자의 삶을 살다 돌아왔다. 

조용했기 때문에 무탈했던 교환학생 시간이 끝나고 

나는 궁상맞게 아낀 돈으로 찬란한 유럽 여행을 꿈꿨지만…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자 무섭게 오르기 시작하는 숙박비와 관광비를 간과했던 것이다. 

자비 없는 서유럽의 물가에 나는 다시 helpx와 wwoof로 눈을 돌렸다.

helpx와 wwoof는 농장에서 일하거나 가정에서 육아도우미로 일하며 

숙식을 제공받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사이트다. 


가고 싶었던 썰매개 농장  


내가 세운 원대한 계획은 이렇게 농장과 농장, 남의 집과 또 다른 남의 집을 전전하며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 그 도시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엔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아서 연락하는 곳마다 이미 사람을 구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갈수록 오르는 호스텔비와 버스표를 보며 초조해진 나는 아름다운 스웨덴의 유기농 농장들을 뒤로하고 

일꾼 자리가 남았다는 농장이면 일단 메일을 보냈다.

 

끝내 나를 받아준 곳은 네덜란드 소도시의 한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었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그곳에서의 생활이 기대된다는 호들갑을 남발하고 나서야 그 도시를 검색해보는데 

교도소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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