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농장 체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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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영국 소도시에서 알뜰마트를 전전하며 살아온 나에게 암스테르담의 체감 물가는 상당히 높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건 네덜란드의 교통비.
제일 싼 교통권이 사천원쯤 됐던 것 같은데
그래서 여기 사람들이 허벅지 터지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구나 싶었다.
이런 곳에서 무급노동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하루 종일 시내를 걸어 다녔다.
고흐 미술관도 밖에서 눈으로만 보고 (예약 안 해서 못 감)
네덜란드 특산물도 눈으로만 보고 (먹으면 잡혀감)
수많은 튤립과 미피 기념품도 눈으로만 보았다.
농장까지는 걸어갈 수가 없어서 버스를 탔다.
저렴한 flixbus를 타고 간이 버스터미널까지 간 다음 오지게 비싼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택시도 아니면서 기본요금에다 2km? 마다 추가 요금이 붙어 10유로 정도를 내야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며 2주 내내 농장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기로 다짐했다.
친절한 주인장 L 씨는 버스정류장에서 전화를 하면 데리러 나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수줍은 노동자인 나는 감히 주인을 오라 가라 할 수가 없어서
땡볕을 맞으며 농장까지 30분을 걷기로 했다.
이 마을 입구에는 교도소 박물관이 있다. 그 옆에는 철창에 둘러싸인 교도소 같은 건물이 있고
그 옆으론 부내를 풍기는 주택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요상한 동네였다.
나중에 주인장이 말하길,
이곳은 예로부터 사회 부랑자들을 모아 멕이고 교화시키는 시설이 있던 곳이고
그게 현대에 와서 교도소가 되었고 지금은 박물관을 중심으로 약간의 관광시설이 곁들어진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차마 혐오 시설을 혐오하는 사람이 될까 봐 ‘그래서 이 옆의 교도소는 운영중?’이라고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어느 날 동네 산책을 하다가 “수감자들의 아메리칸 락밴드 퍼포먼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린
철창과 그 너머에 설치된 간이 무대를 보았을 때 나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머물 농장은 교도소와 관광지와 부촌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마을 끝자락에 있었다.
나는 땀을 줄줄 흘리며 농장에 들어가 주인 가족과 다른 노동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친절한 L 씨는 간단히 농장 투어를 시켜주었고 내가 지낼 숙소로 나를 안내했다.
사진으로 봤지만 역시나 헉소리 나는 트레일러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해보려고 했지만,
트레일러는 찜통이었고 와이파이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용 거실로 가야 했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런던에서 감기 걸린 몸으로 꾸역꾸역 관광을 하고
런던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야밤에 버스를 타고 12시간을 달려온 피로가 쌓여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수확기를 맞아 알차게 여문 마늘들은 지친 노동자를 기다려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