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두 줄
이집트 여행은 중학생일 때부터 꿈이었다.
피라미드와 사막, 그 모든 걸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바로, 오늘!' 보러 가는 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출국 한 달 전부터 속이 계속 더부룩했다.
체한 것처럼 하루 종일 소화가 안 됐고, 이유를 모르겠어서 더 신경이 쓰였다.
'여행 가서 계속 아프면 어쩌지'
'비행기에서, 사막에서 혹시라도 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이 불안한 불편은 여행 전날까지 계속됐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시작했다.
그러다 친구가 갑자기 농담처럼, 아니 농담치고는 너무 진지하게
'너 임신 아니야?' 하고 물었다.
나는 바로 웃으면서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도 안 해봤다고.
그럼에도 친구는 진지하게 혹시 모르니 테스트기라도 꼭 해보라며 권유했다.
다음 날은 출국일이자 출근일이었다.
짐은 전날 밤에 이미 다 싸두었고, 퇴근하면 바로 공항으로 출발하는
여행의 시작일이었다.
출근길에 문득, 일주일 전 이집트 비상약을 샀던 약국 앞에 섰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정말 그냥.
약사분께 임신 테스트기를 달라고 했다.
전 주엔 이집트 비상약을 달라고 하더니
다음 주엔 갑자기 임신테스트기를 사간다고 하니
얘는 뭐 하는 앤가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져 사뭇 민망했지만
나는 오늘 출국하기 전에 이 찝찝함을 해소해야 했다.
출근하자마자 가방부터 벗어젖히고
화장실에서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선명한 두 줄이었다.
매직아이 두 줄도 아닌, 진짜 빠르게 퍼지는 두 줄.
진짜 멍해진다는 게 뭔지 살면서 처음 느껴봤다.
기쁘다거나 무섭다거나 하기 전에, 머리가 하얘졌다.
급하게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다.
"나 테스트기 두 줄이야."
전 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스트기를 해볼 거라는 나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아닐 거라고 안심하라는 남편이었는데
두 줄이라는 나의 말에 크나큰 정적이 지나갔다.
나와 남편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우리는 딩크를 계획하고 있었다.
아이를 싫어하기도 하거니와, 아이 없는 살을 구체적으로 그려둔 상태였다.
여행, 일, 각자의 시간.
그 그림 안에 아이는 없었다.
그날 나는 이집트 대신 임신이라는 전혀 다른 여행을 함께 시작했다.
지도도 없고, 일정표도 없고,
돌아가는 날짜조차 알 수 없는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