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5회기 리뷰
5회기 코칭을 준비하는 마음이 평소와 달랐다. 조금 시무룩했다. 앞선 코칭 때보다 한 것도 느낀 것도 없는 한 주를 보낸 것 같았다.
이번에도 과제를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하며 회기가 시작되었다.
코칭 4회기 과제는 3개였다.
1. <코칭심리의 이해와 실제> 읽고 배운 것 포스팅
2. 선거업무 등 공무원의 실제 업무 현장 포스팅
3. 코칭 이후 글감 생각하기
하루에 블로그 글을 몇 개씩 쓰냐고 선생님이 물어보셨는데 이틀에 한 개 이상은 썼다고 했다. 조회수가 점점 늘기 시작하니까 동기부여가 돼서 뭐라도 도 쓰게 된다. 어떤 날은 하루에 글을 3개씩 쓰기도 했다.
3개 중 일부는 단순 리뷰 글이다. 원래 목표는 나만 쓸 수 있는 나만의 글을 적어 충성도 높은 구독자 층이 있는 블로그를 운영하는건데, 유입을 많이 시키기 위해 지금으로서는 뭐라도 많이 써야 할 것 같아 카페, 맛집, 퍼스널 컬러 후기 등의 포스팅을 했다. 조회 수는 확실히 많이 올랐지만 목표와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 문득 문득 다시 생각하게 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이 리뷰를 계기로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공무원이라서 협찬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활용해 솔직한 리뷰를 올리는 컨셉을 잡아도 좋지 않겠냐고 선생님이 제안해주셨다. 차차 글의 영역을 확장해서 현직자만 말해줄 수 있는 리얼한 공무원 현장이라던지 공시생에게 유익한 정보를 써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사실은요, 선생님, 한 주 동안 선거 작업에 시달려 에너지를 다 빼앗긴 상태라 그 어느 때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미워서 어떤 말씀을 해주셔도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답니다…
코치를 양성하는 군인 코치님도 계시더라구요.
이어서 말씀해주신 내용이 흥미로웠다. 코칭심리학회에서 진행한 학회에 가서 듣고 오신 내용인데, 우리나라의 한 군 부대 안에서 군인인데 코치로 활동하는 분이 계신다고 한다. 육군리더십센터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코칭을 해주기도 하고 코치를 양성하는 과정도 운영 중이시라고. 점점 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너무 부럽고 신기하고 대단했다.
선생님은 군대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행정공무원 조직 체계가 더 유연하니까 코칭을 도입한다면 더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지 않겠냐고 하셨다.
이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군대는 조직 체계가 확고하기 때문에 코칭을 통한 동기부여가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행정 공무원은 복세편살,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워라밸을 챙기려고 들어온 사람이 많은 편이라 코칭이 더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젊은 날의 꿈을 건드려 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멈추어 있는 분도 계실 수 있지요.
행정 공무원들에게 코칭을 해주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봤지만 솔직히 딱딱하고 수직적인 조직 안에서 그동안 본 상사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다채로운 상상은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최대한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잘못 된 건 덮고 새로운 건 치워버리는 관성이 만연한 곳인데…
선생님이 그 때 내게 해주신 말씀이 저 따옴표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런 분들을 건드려주는 게 코치의 역할이라고. 남은 공직 생활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게 돕는 코치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아직 노년기를 보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분들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거라는 확신을 못 하겠어서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지만, 선생님 말씀을 듣기 전까지 군인 코치도 있을 수 있다는 상상 또한 해보지 않았으니 코치가 되어 누굴 어떻게 만날 지에 대해서는 아직 함부로 단정지으면 안 된다.
학회에서 만난 어떤 교감 선생님에 대한 말씀도 더해주셨는데, 그 덕에 이 조직이 경직되었다는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니라고 이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립고등학교에서 국공립 고등학교로 옮긴 교사 겸 코치 님의 이야기였다. 국공립고등학교 선생님이 조금 더 경직되어 있는데(내가 있는 조직처럼) 그 코치님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왜 저들이 그렇게 됐을까 생각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볼까 생각하게 되셨다고 한다. 같은 환경이 주어져도 무엇을 보고 어떻게 행동할지는 역시 사람마다 참 다르다 싶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건지 다시 생각해봐야지…
젊은 공무원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공무원 조직도 바뀌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변화가 확실히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겨우 4년밖에 있지 않았으니까) 노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기는 하다. 인사, 승진 시기에 선물을 하는 문화를 바꾸려고 하거나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라는 책을 행안부에서 내기도 했다. 지금은 일개 말단 직원으로 무얼 할 수 있기나 한 건지 잘 모르지만 확실한 건 내가 보는 현장은 공무원 조직의 아주 작은 일부이고 앞으로 만나게 될 직원이 훨씬 많다는 거다.
43개의 각기 다른 부처에서 모인 57명의 젊은 공무원들,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원고 집필에 앞서 우리가 공직을 선택한 동기는 무엇이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 그 방식은 무엇이며, 우리가 바라는 선배 공무원과 직장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를 먼저 알아야 ‘상대방’도 알 수 있고, 그래야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에 지난 몇 달간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병행하며 ‘나’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냅니다. 우리는 ‘나’를 중요시하고, ‘공정’에 열광하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사람들이 라는 것을요. 이런 우리가 누군가에게는 ‘하루 종일 핸드폰만 쳐다보며 일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달콤한 보상만을 원하는 개인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진짜 정체를 알리기 위해 펜을 들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우리가 원하는 직장과 선배는 어떤 모습인지, 나아가 공직사회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지를 이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출처: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 정부혁신 어벤져스 단장 손지민
포스팅을 하면서 2020년 11월, 인터넷에 배포되자마자 다운로드 받았던 <90년생 공무원이 온다>를 다시 열어보았다. 당시에는 ‘공감 가는 말은 많겠지만 내가 이걸 읽는다 한들…’이라는 생각에 목차만 보고 덮었다. 지금 다시 열어보니 웬걸, ‘들어가며’에 있는 단장님 글부터 조금 다르게 보인다.(이 분도 글만 멋지게 쓰고 사실 알고 보면 ㅇㅇㅇ하거나 ㅁㅁㅁ하는 수많은 어르신 공무원들과 다를 바 없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잠깐 스쳐지나갔지만, 명색이 정부혁신 어벤져스이니 그렇지 않을 거라고 다시 희망 회로를 돌려보기로 했다)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부터가 곳곳에서 조직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점들이 이어지면 선이 되듯이 나도 내 자리에서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느 곳의 누군가와 선으로 연결돼서, 그게 또 면이 되면 한 조직 안에 꽤 좋은 변화를 가져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에 당연한 건 정말 없으니까.
1살 어린 후배한테 “아직 젊으니까 너무 고민하지 마라.”는 말을 제가 하고 있더라니까요?
5회기 코칭을 하기 하루 전, 대학 후배 한 명에게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칠까 고민하는데 현직자가 주변에 나 뿐이라 실제 근무 환경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했다. 지금은 사기업에서 스타트업과 가까이 하는 일, 즉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후배인데 내 대답이 가관이었다.
지금 일이 힘들다보니 완전 저 극단에 있는 공무원 시험이 눈에 들어올 수 있는데, 일단 이직을 해서 다른 곳에서 한번 더 일을 해보고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29살에 시험을 쳐보는 것도 괜찮다고,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공직에 들어오는 게 제일 적당하니 조바심 내지 말라고 했다. 충분히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 조바심 내지 말라고…
조바심을 내지 말라고? 고작 1살 차이나면서! 매일 밥보다 더 자주 먹었던 게 조급한 마음이었다. 물론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후배만큼은 이 조직에 들어와 나와 같은 방황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별안간 세상의 모든 이치를 통달한 선배가 될 수는 없었단 말이다. 선생님께 이 얘기를 드리면서 둘 다 빵 터져서 웃고 말았다.
밤 11시에 퇴근하는데도 너무 만족스럽게 일한대요.
선생님 지인 분 중 법원직 공무원으로 최근에 일을 시작한 분이 계신다고 했다. 업무량이 많이 새벽에 출근하고 밤 11시에 퇴근하기 일쑤인데도 제법 만족하며 다니신다고.
법원직 공무원으로 일한 경험이 나중에 공직을 그만두고 나갔을 때 다른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니 일이 많아도 괜찮다고 하셨단다. 이 다음 단계에서 지금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지 방향이 있으면 모두 ‘사례’가 된다고, 업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효능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하셨다.
법원직은 행정직보다 좀더 전문적인 일을 하니까 그게 가능할 건데…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번뜩 들었지만 어차피 누가 나한테 법원직으로 일하라고 해도 하고 싶지 않은 마당에 그건 중요하지 않은 포인트라고 마음을 정리했다. 선생님 말씀의 요지를 살려 “지금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이 현장에서의 경험을 나는 어떻게 다음 단계에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하기로 했다.
젊은 공무원 학습 조직도 제안해주셨다. 선생님도 회사에서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다른 직원들과 공부를 한 적이 있으신데 그게 되게 좋았다고 하셨다. 안그래도 시청은 재테크 공부 모임 같은 게 활성화되어 있다고 하던데, 나도 우리 구에 2030 직원 독서 모임 같은 걸 만들어봐도 좋겠다 싶었다. (대신 상사 욕을 한다던가 하는 성토대회나 넋두리 향연이 되면 안 된다고. 비밀 유지 등 안전한 규칙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어주셨다.)
5회기 과제를 정하고 코칭이 마무리 됐다. 5회기 과제도 3가지다.
1. ‘어떻게 코치가 될 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 블로그 포스팅
2. 코칭 책 읽기
3. 이후에 할 사이드 프로젝트 구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