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도미도 게임을 좋아했다. 마지막 한 순간의 희열을 위해서 오랜 시간을 들여 한 블록 씩 채워가는 게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수련회에 가면 레크리에이션 시간엔 반마다의 단합심을 기른다며 꼭 도미노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난다. 도미노를 한 개씩 채워가다 누군가 실수로 도미노를 건드리는 순간엔 모든 게 무너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화가 나기도 했다. 조금만 집중하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대로 완성하기도 전에 꼭 끝이 난다. 단 몇 초의 희열을 위해 몇 시간씩 도미노를 쌓고, 무너지고, 다시 쌓는 이런 비효율적인 게임이 그땐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비효율이 주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시대에서는 비효율적인 것은 실패할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것은 시간을 들여 고민할 필요를 줄이고 실패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게 한다. 살을 빼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다이어트 보조제의 도움을 받아먹으면서 눈에 보이는 몸무게 숫자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없다. 비효율적인 방법일지라도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것은 단기간에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할 순 없지만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일 것이다. 비효율의 매력은 조금 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인 것이다.
더 빠르게 갈 수 있지만 실패할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인간적인 방법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알고 보면 어차피 세상은 비효율 투성 이이다. 한 순간의 짜릿함을 위해서 높은 곳에서 계속 망설이다 뛰는 번지점프, 정상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몇 시간씩 산을 오르고, 단 1초의 승부를 위해 몇 년간 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가장 느리고 비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순식간에 해결하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적 인방 식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종이 책을 읽는 것, 손으로 글을 쓰는 것, 도보 여행을 하는 것 모두 의도적인 비효율의 선택이지만 그 느낌은 다르다.
생각해보면 도미노는 넘어뜨리기 위해 세운 것이었다. 마지막 도미노를 세우기 전까지의 완성을 목표로 생각한다면 세우고 넘어지고 다시 세우는 도미노 게임은 효율적이지 못한 게임이다.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금세 망가져버리는 도미노가 어차피 넘어뜨리기 위한 것이라면 넘어질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효율보단 효과적으로 도미노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의 도미노 게임은 완성을 목표로 하는 것 아닌 실패할 리스크를 안더라도 한 개씩 채워가는 것임을 알려주었다. 우리 인생도 수많은 리스크 속에서 효율보다 효과를 중시는 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