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을 하지 않는 건 '갑질'이다.

취준생의 밤은 길다

by 미래

취업 특강 관련 교육을 들은 적 있었다. 취업 특강에서는 주로 자기소개서 쓰는 법이나 면접 관련 팁들을 알려주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인사팀 담당자의 특강이 가뭄의 단비 같은 꿀팁이었다. 특강마다 비슷한 내용을 담긴 하지만 내가 들었던 특강은 조금 달랐다.

열심히 메모했고 집중해서 들었다. '혹시 나중에 내가 써먹어야 할 정보들 일지 모르니까.'


짧은 교육을 듣고 그분께서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자신의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를 공개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으레 이런 특강들에서 언제든 연락하라며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건 무슨 의도이며 의미일지 잘 모르겠다. 연락을 잘하지 않을 걸 알지만 선뜻 공개하는 것인지,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인 건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알려줬든, 나는 진지했다. 그런 분들께 연락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고 싶었다. 취업이 간절한 취업 준비생이라면 누구든 적극적으로 다가갈 용기쯤을 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났고 일주일쯤 후 나는 그분께 연락을 했다. 취업을 목적으로 자기소개서를 한 번이라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소개서는 막막하다. 한 번도 기업 입사를 목표로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었던 나 역시 내가 누구냐든지, 지원 동기가 무엇이냐 든 첫 번째 질문부터 막혔고 어려웠다. 취업 특강에서 들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열심히 썼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때 강의해주셨던 분에게 연락을 드렸다. 워낙 바쁘실 것도 잘 알지만, 그때 어려울 때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이 생각나서, 실은 담당 전문가이기 때문에,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전문가의 입장이 간절하기 때문에.


여러 이유들이 있었고 마음은 복잡했다. 조금은 구구절절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진심을 담아, 그리고 또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다. 내 마음이 조금은 전해졌는지 메일로 파일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메일을 보낸 후 차분히 기다렸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와 걱정을 하면서 하루하루 긴장하며 기다렸다.


하필 연휴 기간이라 쉬는 날에 문자를 보내기도 눈치도 보이고 죄송스러웠다. 내겐 길었던 연휴가 끝나고 다시 답장을 보냈다. 손꼽아 기다렸던 답장은 일이 많아 깜빡했다며 주말에 읽고 피드백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뭐 사람이 바쁘다 보면 잊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끈질긴 기다림 끝에 간신히 피드백 메일을 받을 수 있고 답변 내용은 꽤 상세했고 친절했다. 열심히 기다린 보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했다.


물론 이 감사함은 다음 만남 이후에 사라졌다. 몇 달 후 비슷한 취업 멘토링을 간 적 있었다. 우연히 지난 강의 때와 같은 분을 또다시 뵙게 되었다. 멘토링 중 전에 연락했던 나를 기억해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소규모 멘토링이라 더 집중적으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강의와 비슷한 내용이긴 했지만 잊었던 내용들을 복기할 수 있어서 나름 만족했다. 마찬가지로 그분은 멘토링 마무리에 자기소개서와 관련해서 힘든 점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이번엔 명함을 주셨다. 지난번과 바뀌지 않은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나는 또 자기소개서를 확인받기로 했다. 지난달과 달리 내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고 확실한 마음이 있었기에 그동안의 내 자기소개서는 여러 번 퇴고하며 수정되었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자기소개서 작성은 서류 첫 과문이자 떼려야 뗄 수 없기에 어떤 피드백이든 소중하다.


이번에도 다시 뵙게 되어 좋았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했고, 지난번 피드백도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을 포함하여 또 그분에 연락을 드렸다. 이번에 그분의 태도는 달랐다. 같은 내용의 문자를 일주일에 걸쳐 세 번쯤 보냈을 때가 되어서야 주말에 확인할 테니 메일로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분의 업무량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원래 답이 빠른 스타일이 아니구나 하며 메일로 보내고 며칠을 기다렸다. 메일 수신 확인함은 좀처럼 주말이 지나도 '읽음'표시가 뜰 생각을 안 했다. 주중엔 바쁘실 테니 다음 주말을 기다려야 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한가할 시간에, 퇴근 준비로 여유가 있을 때 등 시간과 요일을 고려해 꾸준히 문자를 보냈다. 날씨를 언급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고, 언제쯤 답을 주실 수 있으실지 재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자를 읽어도 며칠 째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다음 문자를 보내길 포기하고 좀처럼 읽지 않는 메일 수신함에서 '발송 취소'를 눌렀다. 내가 그동안 꾸준하게 문자를 보냈던 이유는 그분이 말씀하셨던 말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어른이라면, 능력 있고 강의를 하며 자신의 말에 많은 청중들과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감이 있어야 했다. 분명히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땐 연락을 하라고 했고,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는 몰라도 그 자리에 있었던 나는 그 말을 진심을 받아들였다. 물론 처음에는 도움을 주시긴 했지만 그 후 그분의 태도는 달랐다.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던 내 잘못일까. 그 말을 믿은 내가 어리석었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을 찾지 못했다. 단지 그분이 어리고 여린 취업 준비생에게 하는 갑질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자신의 능력과 지위를 이용해 취업준비생의 마음을 이용했고, 일말의 답장의 희망을 기다리길 스스로 포기하도록 했다. 하물며 대기업 공채 서류 탈락도 이유는 알려주지 않지만, 아쉽게도 서류 전형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심심한 위로의 문자를 보내주기도 한다. 대기업에서도 보내주는 그 짧은 답변마저도 그에게선 들을 수 없었다.


적어도 그분은 요즘 바쁘니까 빠르게 피드백을 해주지 못하겠다든지,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다든지, 미안하지만 피드백을 해줄 수 없다든지 등 무슨 말이라도 내게 보냈어야 했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지긴 해야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내게 피드백을 해줄 의무는 없으니까. 어떤 문자의 내용을 보냈어도 나는 아마 그분을 이해했을 거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답장을 주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거절의 답이라도 답장을 주지 않는 건 갑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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