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지만 '독백'입니다.

by 미래

그칠 줄 모르는 바이러스 난에 진정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예전엔 집 밖에 나설 땐 가장 먼저 보조배터리나 이어폰을 챙겼는데 이제는 마스크를 가장 먼저 챙겨 넣는다. 써도 써도 익숙해지지 않는 마스크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면보단 비대면을 추구하는 시대에는 직접 식당에 가는 것보단 배달음식을 먹는 것을, 얼굴을 마주 보고 회의를 하는 것보다는 모바일 화상채팅을 선호한다.

마스크의 생활화가 일상화된 요즘은 채용 풍경마저 다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뉴 노멀이 된 지금은 채용 면접마저 블루투스 카메라를 통해 마주 볼 수밖에 없다.


취업 준비생에게는 면접은 정말 소중한 기회다. 얼굴도 보지 않고 서류에 적힌 몇 글자만으로 서류 탈락이 억울할 정도로 가슴 아프기 때문에 면접 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건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다. 물론 얼굴을 보고 면접을 본 후에 떨어져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운 좋게 낸 서류에서 1차 합격을 하고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다. 문제는 바이러스 상황이 심각해져 비대면 화상면접을 진행하는 거였다. 대외활동 면접을 제외하면 면접 본 경험도 적었다. 안 해도 그만인 대외활동 면접과는 다른 채용면접이었기 때문에 더 긴장했다.

사실은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하지 않는 면접이라 덜 긴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상면접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 어색하게 카메라를 얼굴 앞에 두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건 그만큼 일에 대한 진심을 더 간절하게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본 적도 없는 화상면접에 연결은 끊기지 않고 잘 진행될지 소리는 잘 전달될지 신경 쓸 게 더 많았다.


카메라로 보는 모습은 실제와 많이 다르다. 서류가 1단계 면접이 2단계라면 화상 면접은 1.5단계쯤 되는 것 같다. 서류가 글로써 나를 표현한다면 화상면접은 목소리만으로 전달하는 것 같았다. 핸드폰 너머의 면접관의 얼굴은 화면에서조차 잘 알아볼 수 없었고, 그들의 반응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내 일상적인 공간마저 면접 볼 장소를 위한 긴장된 상황과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면접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적응되지도 않았다. 분명 그동안 내가 드나 들며 내 숨이 깃든 공간에서 단정하게 상의만 셔츠로 갖춰 입은 모습은 더 면접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무리 면접을 볼 T(시간). P(장소). O(상황)를 다 갖췄다고 할지라도 어색하게 삼각대 위 카메라를 바라보고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 있는 상태에서는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면접이 '대화'라면 대면으로 면접을 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카메라를 보고 있으면 대화라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상대의 표정보다는 음성에 집중해 질문을 정확히 알아들으려 해야 했고, 내 목소리를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쌍방향의 소통보다는 자신의 입장만을 철저히 쏟아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상대를 진정 잘 알기 위해서는 눈을 보고 대화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인간의 눈과 비슷한 카메라의 눈인 렌즈를 통해서는 일을 향한 한 사람의 열망을, 그 상대의 특징들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카메라를 통한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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