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만 되면 배웠던 건 수영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해서 대학 졸업할 때까지 방학마다 두 달씩 꼬박 배웠다. 꾸준히 배운 덕에 수영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되었고, 수영 실력은 꽤 늘었다. 늘은 수영 실력만큼 체력도 좋아졌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바이러스 난에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급 브레이크가 걸리듯, 내 일상도 여느 방학 때처럼 수영을 배우러 갈 수 없었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 때문에 다중 공공 이용 시설 접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물속에서 여러 사람이 섞여 호흡하는 수영장은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 대학 졸업 후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는 많아졌는데, 평소와 다른 일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자제했고, 각 기업의 채용 공고는 줄어들어서 당장 뭐부터 시작할지 몰랐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아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우울감이 늘었다. 대학 졸업 후의 내 삶을 돌아볼 여유를 잃은 채 전국민적인 감염병 불안에 휩쓸려 삶의 의욕을 잃어 갔다. 졸업 후 한 달을 쉬니 몸이 늘어지고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만 늘었다. 어차피 쉽게 돌아올 일상이 아니기에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 삶은 계속되기에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정신이 맑아진다.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데, 운동을 하면 그 불안감에 대한 면역이 생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거나,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게 된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다 보면 불안한 감정보다 삶의 활력을 찾는다. 내게 삶의 활력을 주는 게 운동이고,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삶에 생기를 가져다 줄 운동을 찾기로 했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필라테스였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필라테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체형교정이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필라테스를 배운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나 소수의 몇 사람들만 하던 운동이었는데, 요즘엔 필라테스가 대중화되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 주변엔 카페나 편의점 다음으로 필라테스나 요가를 배우는 헬스장, 운동센터들이 많다. 나도 길을 지나며 그 간판들을 많이 본 덕에 필라테스를 알게 되었고, 한 번쯤은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필라테스 학원을 알아봤다. 집 근처 필라테스 학원만 검색해도 대충 십 수개가 나온다. 집에서 가까워야 그나마 오래 다닐 수 있어서 걸어서 10분 내외에 위치한 필라테스 학원을 찾았다. 인터넷으로 여러 곳을 검색해 학원 위치와 시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가격은 찾을 수 없었다. 시설도 눈으로 직접 봐야 애정이 가기 때문에 여러 필라테스 학원을 직접 가서 알아봤다. 족히 다섯 군데는 둘러봤다. 기구와 시설을 둘러보고 상담을 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기구와 시설은 인터넷으로 본 것처럼 대체로 깔끔한 편이었다. 같이 운동하는 회원 수나 운영 방식에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좋은 시설만큼 중요한 건 착한 가격이다. 가격 대비 운동 효과나 만족감이 있어야 한다. 돈을 내고 배울만한 운동 가치가 있어야 하고, 비슷한 조건이라면 적은 돈을 내고 배우는 편이 더 효율적이며 기분도 좋기 때문이다.
직접 발품 팔아 알아본 필라테스 학원 수업료는 평균적으로 50분 수업 평균 20회 정도에 60만 원은 훌쩍 넘는다. 20회 정도면 일주일에 2번 간다고 했을 때 약 3개월쯤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수영을 배울 때 50분씩 주 5일에 십만 원 안팎인 것에 비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다.
엄마랑 같이 상담해도 선뜻 결제할 수 없을 정도로 꽤나 비싼 가격이었다. 대충 상담만 받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쾌적한 환경에서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찾았다. 필라테스는 돈 있는 사람들이나 배우는 운동이라 생각했다. SNS나 TV 프로그램을 보면 주로 연예인들이 살을 빼는 데 필라테스를 배우는 모습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아보니 필라테스 가격은 개인 레슨이 아님에도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만 배울 수 있었다. 필라테스가 대중화된 만큼 많은 청년들도 다이어트만이 목적이 아니라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근육으로 생긴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필라테스 운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필라테스를 시작한 건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한 달간 집에서 놀고 쉬다 보니 전에 비해 체력이 떨어져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했고, 정신적으로 우울했기 때문에 활동량을 늘리고 전처럼 활발하게 살기 위해서였다.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운동을 해서 삶의 활력을 얻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나는 목표가 생기면 움직였고, 두 발 자전거를 배울 때와 같아서 한 번 동력을 얻으면 목표를 향해 잘 나아갔다. 그 동기를 얻기 위해 운동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효과는 좋았다. 필라테스를 배웠을 뿐인데 그 순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운동은 생각보다 영향력이 커서 몸을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정신까지 보듬어주었다.
필라테스는 비싸지만 좋은 운동이다. 쉬지 않고 물속에서 움직이던 수영을 배울 때에 비해 필라테스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필라테스를 3개월째 배우다 보니 없던 근력을 생기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분만 집중해서 운동해도 땀이 비 오듯 흘렀고 얕은 근육으로 버티며 부들부들 떨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3개월째 꾸준히 다니다 보니 어려운 동작은 있지만 웬만큼 동작을 잘 따라 해 근력도 꽤 늘었고, 정신적 우울감 없이 밝게 생활하고 있다.
'돈 없으면 살도 못 뺀다'라는 말이 있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고, 단백질 음료를 마시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굳이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고, 단백질 음료를 챙겨 마시지 않아도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꾸준하게 운동하면 살은 뺄 수 있다. 과도하게 살을 빼거나 근육만 만들 필요 없다. 조금 더 움직여서 내가 건강해지고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