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서사에 화려한 액션만

by 미래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에 안 간지 3개월이 넘었다. 전에는 상업영화, 독립영화 가리지 않고 개봉한 영화들은 다 찾아봤는데, 요즘은 개봉된 영화도 많지 않아 영화관에 갈 일이 드물었다. 영화는 극장에 가서 봐야 영화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지난 영화야 넷플릭스나 다시 보기로 보면 돼서 극장에 가길 포기했다.

확실히 극장에 가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전에 비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식었구나, 영화에 내가 많이 지쳤구나 한다. 그럼에도 영화 보는 건 내 첫 번째 취미다.

movie_image.jpg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이미지

밖에서 일정이 두 시간 정도 남으면 제일 먼저 영화관 시간표를 알아본다. 누군갈 기다릴 때 영화관에 가서 혼자 영화 보는 거만큼 시간이 잘 가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극장에 가서 본 영화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다. 황정민, 이정재 주연 영화라 이미 미디어에서 꽤 언급을 많이 한 영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궁금했다.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한 영화들은 한껏 사람들의 관심을 불어 일으키지만 그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간다. 사실 어떤 평점에도 흔들리지 않고 직접 본 후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하는 편이다.


영화는 한 아이의 납치 사건과 연관된 청부살인업자 인남과 인남을 복수하기 위해 추격하는 레이의 싸움이 핵심인 영화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청부살인업자 인남이 납치된 아이를 구하게 된 동기와 레이가 복수를 하는 이유여야 한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러한 이유는 초반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두 남자의 치열한 복수를 위한 동기는 뚜렷하지 않고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화려한 액션으로만 감싼다. 인남이 아이를 구해야 하는 이유는 아이의 엄마와 친해서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영화 <레옹>이나 <아저씨>에서처럼 아이를 구해야 하는 확실한 내적 동기가 있어야 관객이 영화 초반부터 몰입을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인남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이를 구해야만 하는 목적이 구체적이지 않다. 주인공의 감정에 빠져들 수 없었다.


자신의 형이 인남에게 살해된 것을 알게 된 레이는 인남을 찾는다. 레이의 목적도 구체적이지 않다. 인남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레이가 인남을 추격하는 이유는 레이에게 형이 어떤 존재인지, 인남은 형을 무슨 이유로 죽이게 되었느지 등을 보여줬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이의 감정을 따라갈 수 없다. 인남에게 고지가 다 왔을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레이에게 어떤 내적 동기 때문에 인남을 끝까지 추격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에 대한 거리감이 생긴다. 그 거리감을 인남과 레이의 화려한 액션으로 덮는다. 화려한 영상미에 눈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들의 행동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머리로 답답해진다. 웬만한 영화에서 봤을 두 남자의 화려한 액션물은 슬로 모션을 걸어도 드라마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낭만적으로 감싸는 액션물은 그들의 감정을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성들의 처절한 복수와 액션을 낭만적인 촬영 기법으로 만들어 오히려 그들의 그렇게 까지 치열하게 추격하고 아이를 구하는 데 애썼는 목적을 잊게 한다. 두 배우의 화려한 액션과 그림 같은 얼굴을 보는 시각적 재미만 충족시킬 뿐이다.


movie_image-3.jpg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이미지


이 영화의 유일한 매력 포인트는 박정민 배우다. 어떤 캐릭터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잘 소화하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그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 극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영화에서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가 인남을 도와주는 목적도 명확하고 아이를 구해야 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인남과 레이의 캐릭터가 더 입체적이었다면, 그들의 내적 동기가 더 관객을 몰입했을 것이다. 서사를 제외하곤, 방콕을 배경으로 한 해외 로케 촬영, 미장센, 연기는 모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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