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가면 속에서 살 수는 없잖아

by 미래

과유불급(過猶不及),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 정도를 지킬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부캐 열풍 또한 정도를 지나쳐 미치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 어느덧 방송 프로그램은 부캐의 시대가 되었다.


부캐는 기존 캐릭터 대신 새로 만든 캐릭터라는 의미에서 여러 연예인들이 실제와 다른 이름, 성격, 특징들을 부여해 또 다른 자아를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부캐 열풍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새로운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기존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나 둘째 이모 김다비 등과 같은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 연일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나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부캐'에 대중은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부캐의 피로감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지속성과 부캐의 홍수 때문이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더 눈에 띄었던 '부캐'였지만, 가수·코미디언 등 누구 할 것 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부캐'는 점차 흥미를 떨어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캐 열풍 속 후발주자들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재미를 반감시키며 대중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과 싹쓸이의 성공이 부캐 열풍을 부추겼지만 환불 원정대 제작자 조미유를 끝으로 부캐는 더 이상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었다. 그 후 예능 투자자 카놀라유, 마음 배송 유팡 등 여러 부캐를 선보였지만 예전만큼 큰 화제성은 없었다. 대부분 단기 프로젝트로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캐들이지만 언제까지 부캐들을 등장시켜 프로그램을 진행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 프로젝트들을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부캐들은 또 다른 자아라는 부캐의 특성에서 멀어졌다. 본캐와 거리를 두며 부캐의 정체성에 몰입하고자 했던 유재석과 유산슬과의 관계가 아니라 그저 단기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소비적인 캐릭터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부캐의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부캐가 본캐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부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치중하기보다 본 캐릭터인 자신의 매력을 더 돋우는 것이 필요하다. 부캐가 성공할 수 있던 이유도 연예인 개인이 가진 본 캐릭터의 매력이 탄탄하게 뒷받침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솔직함과 호통을 매력으로 갖고 있는 이경규가 호통하는 매력을 완전히 버리고 귀여운 부캐를 만든다면 시청자들은 역할놀이 같은 부개 열풍에 더욱 몰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재석이 갑자기 드럼을 치고 트로트를 부르고 첼로를 연주해도 시청자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던 이유도 시키면 뭐든 열심히 하는 유재석의 본래 성실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캐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을 덜어 내기 위해서 방송 프로그램은 억지스러운 설정 또한 자제해야 한다. 관찰 예능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유도 과도한 설정을 배제하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때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부캐가 연예인들의 특권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쉽게 부캐에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캐 열풍이 계속된다면 시청자들은 더 피로함을 느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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