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해피니스>는 감염병이 일상화된 뉴 노멀 시대, 고층을 일반 분양으로 저층을 임대주택으로 나눈 대도시 신축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계급 간 차별과 은근한 신경전을 그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난데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과 잘 맞아떨어져 2021년 가장 기대했던 드라마다. 현대 사회에 가장 큰 문제인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감염병으로 인한 인간성을 다층적으로 그려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바이러스, 백신 관련 단어들도 익숙해져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충분했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12회까지 드라마를 다 시청한 결과 기대한 것보다는 아쉬운 드라마다.
배우들 연기도 좋고, 연출도 다 좋았지만 스토리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총 12회 중 4회까지는 몰입도가 크다. 극 초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건 이 드라마의 큰 장점이다. 시청자들은 4회 안에 이 드라마를 계속 볼지 말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친구였던 이현과 새봄은 경찰 특별공급 아파트에 함께 살게 되는데, 갑자기 감염병이 터진다. 본격적인 사건이 터지고, 앞으로 이 감염병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주목된다.
여기서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전개가 더디고 느린 게 가장 아쉬웠다. 아파트라는 한정적인 공간, 아파트에 감염병이 퍼지고 봉쇄령이 떨어진다는 극적이고 제한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회가 거듭될수록 긴장감은 떨어진다. 12부작이라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 빠른 전개와 극적 긴장감이 더해졌다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러한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가 전형적인 것도, 캐릭터 설정이 변화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현재 우리는 매일 수 천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는 상황에서 늘 불안감 속에 산다. 그렇기에 현실을 반영한 듯한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음에도, 12회라는 이야기 속에 다 담아지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이다.
아파트 동대표 아줌마와 아파트 주민 중 빌런으로 설정된 601호 아저씨도 설정이 억지스럽고 계속 같은 목표와 행동만 하다 보니 지루한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이규형 배우가 연기한 승영의 비중도 아쉽다. 감염병이 터지고 돈을 더 벌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잘 표현한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감염병에 걸리고 난 뒤의 감정의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극 후반부 반전을 주는 앤드류의 역할도 다소 급작스럽고 메인 사건과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다.
한 아파트 내의 일반 임대와 공공임대 계급과 차별이 표면적으로만 드러날 뿐 감염병이 뉴 노멀이 된 시대의 드라마에서는 그 차이와 차별이 뚜렷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설정값 정도로만 제시되어 있을 뿐, 감염병이 퍼진 후에는 그 차이도 무의미해진 채 오직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에만 급급했고,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현과 새봄에 더 몰입이 되었으며 다양한 인간군상보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그려내는 정도였다.
좀비물과 로맨스의 혼종처럼 보이는 드라마지만, 차라리 극 중 이현과 새봄의 로맨스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만남은 줄었지만 코로나 시대에도 사랑은 피어나니까 말이다.
우정과 사랑 중간의 어디쯤 정도로 보이는 이현과 새봄의 관계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는 로맨스적인 엔딩을 보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행복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답이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용감해진다고 하지 않나.
우리가 매일 마스크를 쓰고, 마음은 가까워도 몸을 멀어져야 하는 것에 적응한 것도 스스로를 보호하면서도 내 옆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현이가 자신이 감염병에 걸린 것을 알고 온 힘을 다해 새봄을 지키고,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 것도 다 사랑해서였지 않을까.
이현과 새봄이 정의롭다고 여겨지는 경찰과 경찰특공대의 직업을 가지고 그렇게 용감하게 감염병으로부터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행동이 단순히 정의와 용기만으로는 많은 시청자들의 감성까진 건들진 못한 것 같다. 그들은 감염병 환자들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그들이 왜 그렇게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지, 원하고 얻으려는 게 뭔지에 대한 감정선을 섬세히 느낄 수 있었다면 더 몰입하며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고등학생 때부터 12년이 지난 시간만큼의 깊은 관계를 쌓아온 이현과 새봄이 서로를 지키려 애쓰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행복을 되찾는 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 트렌디한 소재와 현실을 반영한 스토리의 시작은 좋았으나 끝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재밌게 본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