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방영 드라마 중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를 고르라면, 단연 <갯마을 차차차>다. <갯마을 차차차>는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과 만능 백수 홍반장이 바다 마을 공진에서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이하 홍반장)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기존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가지고 많이 드라마화한다. 이미 검증된 원작이 있기 때문에 드라마로 만들어도 그만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어서다. 하지만 원작이 있기 때문에 그 원작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원작보다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원작의 감성을 잘 따라가면서도 TV 드라마의 특성을 잘 반영한 것 같다.
20년 가까이 된 옛 영화가 원작이 영화라는 점도 신기했다. 대부분의 원작이 있는 드라마들은 소설 혹은 최근 인기 있는 웹툰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다. 2시간 정도 분량의 영화를 16부작의 드라마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그만큼 이야기 구성이 다양해야 했다. <갯마을 차차차> 혜진과 두식의 로맨틱 서사와 두식이의 사라진 미스터리 한 5년의 행적, 공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채롭게 채웠다.
이 드라마가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재밌었던 이유는 매력적인 여성 주인공 설정이라 생각한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여성의 역할은 수동적이었다. 극 중 선택의 순간 앞에서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고백을 하는 순간에도 여성 캐릭터들은 언제나 '말을 하는' 주체이긴 보단 '듣는' 주체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달랐다. 옛 엄마 생각에 공진에 다시 발을 들인 혜진이 공진에 남겠다고 결정한 것, 혜진이 두식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것 모두 혜진이 선택했다. 그리고 혜진은 말했다. "자신이 공진에서 할 일이 많다고. 자신이 여기 남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설정은 다수의 여성 드라마 시청층이 몰입하기 좋았다. 혜진과 두식의 로맨틱 서사에 더해 마을 사람들의 유쾌한 일상 이야기도 고민 없이 마음 편히 볼 수 있었다. 누구 하나 악의가 없고 평화롭고 유쾌하게 굴러가는 공진의 이야기는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게 했다. 드라마 속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보편적 재미가 있는 이야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재밌게 시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지점은 분명 있었다. 극 중 긴장감을 일으켰던 두식의 지난 서사가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스토리 연결 역시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각자의 빈틈을 채워가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줬다. <갯마을 차차차>의 기획의도처럼 애석하게도 이 드라마에는 춤이 나오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이 이들 덕분에 춤췄다면 그걸로 충분했던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