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들의 스포트라이트 <스트릿 우먼 파이터>

by 미래

대한민국 현재 트로트에 이어 댄스 열풍이다. 흥의 민족이긴 했으나 스트릿 댄스라는 장르까지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할 줄 몰랐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진 이 프로그램이 왜 그렇게 화제성이 높고,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지 못했다. 엠넷이라는 채널이 오디션 장르에 특화되었지만,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평균 시청률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댄서의 팬덤까지 생기며 스트릿 댄스에 열기를 확인하게 됐다. 플랫폼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콘텐츠의 힘을 다시 느끼게 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그동안 무대 뒤 가려졌던 댄서의 존재를 드러냈다는 것에 의미에 있었다. 유명가수 뒤에서 그들의 무대를 빛내는 백업 댄서로만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실력 있고, 멋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증명해 보일 수 있었다. 숨 막히는 경쟁과 배틀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들은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게다가 세 보이는, 센 언니들의 모임은 그들의 매력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약하고 귀엽고 수줍은 여성 이미지는 볼 수 없었고, 하고 싶은 말은 눈치 안 보고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들은 여자가 봐도 멋있는 여자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외모, 몸매, 이미지들보다 실력 있고 자신감이 있는 모습들은 더 그들에게 빠져들게 했다.


전체적으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듯 긴장감과 짜릿함이 있다. 빠른 전개와 편집 호흡, 다채로운 색감의 무대와 퍼포먼스는 이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가려졌던 인물들을, 여성이 주인공인 무대를 만들겠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아쉬움이 많았다. 누군지도 모를 DJ의 선곡에 따라 분위기와 심사가 바뀐다든지(원래 배틀은 같은 곡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심사평은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들은 기획의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일 수 있었는데, 새로운 소재에서 오는 강렬함과 자극성은 지울 수 없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무대였다' '역시 -크루답다' '인상적이다, 좋은 퍼포먼스였다'는 식의 평가들은 왜 그 크루들이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고, 다른 크루는 경쟁을 멈출 수밖에 없었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다.

배틀은 승부이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경쟁에서 중요한 건 객관적인 기준과 심사다. 춤이 아무리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장르라고 해도 전문가이자 심사위원 자리에서 보다 정확하고 명쾌한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 누군가의 무대와 춤을 평가하는 자리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대중의 눈을 대신에 전문적인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시청자들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야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프로그램 자체가 친절하진 않았다. '스트릿 댄스'라는 대중적이지 않은 소래를 사용했음에도 그것들의 문화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유명 댄서의 리뷰 영상을 보고 나서야 심사와 작품, 춤에 대한 해석이 이해가 되었다는 말은 그 프로그램 만으로는 '스트릿 댄스'에 대해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는 말과 같다. 그들이 추는 춤이 화려하고 멋있기는 하지만, 크럼프, 왁킹, 락킹들이 어떤 춤인지, 어떻게 배틀해야 이기는 승부인지를 좀 더 세밀하게 자막이라도 알려줬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장르를 받아들이기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무대 위 가려졌던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의도와 달리 특히 '제시 신곡 안무'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백업 댄서로서의 존재를 더 부각하는 듯했다. 격려 차원에서 리허설 현장에 왔다고는 하지만, 제시의 춤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되었고, 춤 역시 그런 방향으로 수정되었다. '스트릿 댄스'가 아닌 방송 댄스, 흔히 익숙한 안무를 짜라는 미션들은 댄서로서,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로서의 존재를 지우는 듯했다. '메가 크루 미션' '맨 오브 우먼 미션'들은 자신의 크루 색깔, 그들이 진짜 추고 싶은 메시지들을 잘 전달했던 것 같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적절히 활용했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무대를 하는 도중에도 쉴 새 없이 리액션 장면들이 나오기 때문에 장면 전환도 빠르고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다만 리액션 장면들이 너무 많이 삽입되어 한 무대를 제대로 집중해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다양한 리액션 장면들로 개개인들의 캐릭터와 서사를 만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들 자체로 무대에 서는 모습들을 강조하는 연출은 아니었다. 다양한 리액션 장면들로 갈등과 서사를 만들어가는 게 해당 채널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출연자들의 반응으로 그들의 무대를 감히 쉽게 해석하지 않도록 하는 연출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댄서의 팬덤이 생겼다는 것은 그들이 만든 작품을 인정해준다는 것과 동시에 프로그램 안에서 서사를 잘 만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춤을 정말 잘 춘다는 것도 더 이상 누군가의 무대를 비춰주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저 가려져 있던 곳에 카메라를 비췄을 뿐인데 화려한 조명보다 멋진 무대를 보여준 사람들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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