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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Nov 17. 2023

넘어지지 않고 일어설 순 없다.

2박 3일간 제주에 갔다. 혼자서 가는 첫 여행이었다. 제주에 가서 제일 하고 싶었던 건 서핑이었다. 물속에서는 수영 말고는 해 본 적이 없었고,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스포츠 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바닷속에 들어가는 거라 설렜다. 혼자 여행에 혼자 서핑이라니 완벽한 여행이 될 것만 같았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 지상에서 서핑하는 법, 보드 타는 법에 대해 배웠다. 서핑 패들 보트에 발목 안전끈을 연결하고 박자에 맞춰 일어서는 연습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물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될 줄 알았다. 엎드려 있다가 한쪽 다리를 먼저 지탱하고 힘차게 일어서 버텨주면! 성공이다.      


내 키를 훌쩍 넘어서는 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바다에 나섰다. 길고 두툼한 점프 슈트를 입었지만 여름 제주에도 바닷물은 차가웠다. 오후 4시 뜨거운 햇빛을 등지고, 서서히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풍경에서 환상의 섬 제주의 모습을 봤다. 홀로 여유를 즐기고 힐링하러 내려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상에서 연습했던 것과 달리 물 위에서 서핑을 타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무리 박자에 맞춰 일어서려고 해도 중심 잡기 어려웠다. 보드 위에 겨우 섰다 생각했는데 3초 이상 머물기는커녕 바로 바다에 풍덩 하고 빠졌다. 짠 바닷물이 얼굴을 다 적셔도 하루 종일 생글거릴 정도로 재밌었다.     


총 3시간 강습에 2시간 정도 바다에 있었지만,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 시간만큼은 서핑에 푹 빠져있었다. 내가 서핑을 타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음에도, ‘다음 내 차례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좀 더 오래 버텨야지’, ‘넘어지지 말아야지’, ‘어떻게 하면 넘어지지 않고 서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보며 고민하고 또 즐겼다.      


서핑을 타는 2시간 동안 시간이 좀 지나자 몇몇 사람들이 서핑을 잘 타게 되고, 즐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제대로 일어서지 못해 고군분투 중이었고, ‘이렇게 또 운동 신경이 없나’, ‘역시 나는 느린 사람이구나.’ 자책할 때쯤이었다. 그중 서핑 강사가 “그래도 결국 다 타게 되어 있다. 하다 보면 된다.”라고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 말을 믿고 도전하기를 몇 번, 점차 감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전보다 서핑 보드 위에서 오래 버틸 수 있게 됐고, 서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리도 ‘드디어 나도 서핑을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제주까지 내려와서 해보고 싶었던 것, 오늘 안에 성공 못할 줄 알았는데, 해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바다를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제주에서 서핑을 마무리하며 ‘넘어져야 일어선다. 넘어지지 않고 일어설 순 없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는 남들보다 느린 것에 집착하지 않고, 더 많이 넘어질수록 더 오래 서 있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일임을 가슴 깊이 새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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