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드라마 피디가 사람을 잘 보는 이유

by 미래

우리는 신기하게도 나와 다름을 경계하면서도 다른 상대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을 즐긴다. 각종 성격 유형 검사가 유행하고, 나란 존재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나를 알고 싶은 것만큼 상대를 아는 것에도 마음이 열려 있다. 사람을 잘 보려면 나를 아는 것은 기본이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상대를 알아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PD로 일하며 느낀 건, 결국 사람을 보는 눈이 곧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없으면 오래할 수 없는 일이도 하지만, 드라마 피디들은 대게 캐릭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스토리,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사건보다 중요한 건, 그 사건을 겪는 ‘누구’의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다.


캐릭터가 명확해야 그 사람의 말투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에피소드를 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우리는 매회 그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고,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지켜본다. 과거와 현재를 함께 따라가며 어느새 함께 성장하거나, 같이 아파하거나, 때로는 안타까워한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드라마를 볼지 연구하는 드라마 피디들은 사람들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는데 능숙할 수밖에 없다. 스토리에 앞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어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울지 기획하고, 그 캐릭터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는지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사람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실제 사람을 대할 때도 자연스레 ‘저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 하는 마음이 앞선다. 몇 번의 대화로 성격을 가늠하고, 상황에 따라 반응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직업병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감각이 늘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건 아니다. 겉모습과 달리 속내가 쎄한 사람을 잘 걸러 볼 수 있고, 상대의 의도를 빨리 알아차리고 판단해버릴 때도 있다. 그래서 늘 경계해야 한다. 내가 보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다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일을 통해 길러진 감각이,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좋은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사람을 보는 일. 그건 결국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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