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서 듣는다는 것

놀라운 토요일

by 미래

아이돌을 한 번도 좋아해 본 적 없다. 물론 잘생긴 아이돌 가수들은 많은데, 그들을 좋아한다기보다 그냥 노래가 좋아서 가수를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태어나서 '덕질'을 해본 적도 없고 누굴 그렇게 오래 좋아한 적도 없다. 아이돌이든, 아니든 어느 한 사람을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아이돌 가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노래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잘 들리지도 않는 가사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를 표현만 과장된 문장들이 내 귀를 더 어지럽게 해서였다. 가수의 딕션이 좋은 것과 별개로 노래 가사 속 의미가 와 닿는 노래, 그래서 더 잘 들리는 노래를 좋아한다. k-pop 노래보다는 발라드나 인디 밴드, 팝송을 더 좋아한다.

대중가요로써 아이돌 가수의 노래는 퍼포먼스 위주의 노래다. 내가 아닌 그들의 팬들이 좋아할 만한 춤과 의상들에 눈이 가는 노래다. 뮤비를 보거나 음악 방송을 봐도 노래 가사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멜로디는 좋은 거 같기도 하고 왠지 신이 나는 거 같기도 하다.

이미 보는 음악에 더 익숙해진 우리를 듣는 음악으로 바꾼 프로그램이 바로 '놀라운 토요일'이다.

난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노래 듣고 받아쓰는 것이다.

받아쓰기보다 중요한 것은 노래를 듣는 것이다. 즐겨 듣지 않는 노래 취향이라도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그 노래 가사 속 의미를 알게 된다. 나름의 문맥을 갖춘 가사들, 작사가의 의도가 담긴 표현들, 운율을 고려한 문장들까지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어떤 노래였는지를 확실히 알게 된다.

놀라운 토요일을 보다 보면 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보다 하나의 곡을 듣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의 포인트가 여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출연자가 케미가 중요한 이유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는 그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프로그램의 콘셉트도 재미의 한 요소일 수 있지만 출연자 간의 케미는 시청가 그 프로그램을 애정 하게 한다. 예능 피디가 출연자 섭외에 애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놀라운 토요일의 출연자들은 정말 완벽한 팀이다.


2. 시청각의 완벽한 조화

태어나면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쉬워서일까. 듣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흘려듣는 경우도 잊고, 다른 일을 하면서 집중하지 못하고 듣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노래를 들을 때도 멜로디를 듣지 가사를 듣지는 않는다. 외국어 듣기 평가가 아니라면 우리 귀는 그리 노력하지 않아도 잘 듣는다.

물론 프로그램 진행 상 듣기에 가장 어려운 부분을 고른다. 예능 프로의 특성상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시각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청각을 강조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놀라운 토요일은 청각을 강조한 프로그램이면서도 티브이 매체의 시각적 특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화려한 편집 기술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재미를 준다. 노래 듣고 받아쓰는 콘셉트가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매번 달라지는 의상 콘셉트도 즐거움을 주지만 2030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을 만한 트렌디한 효과들은 시각적 매력도 충분히 자극시켰다.


3. 타매체와 융합

놀라운 토요일에 빼놓을 수 없는 출연자가 바로 인터넷 먹방계의 대가 '입짧은 햇님'이다. 처음에 받아쓰기와 먹방을 연결 시는 것을 보고 굉장히 의아해했다. 그 당시 먹방이 유행이라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나 하는 생각과 방송마다 어느 형태로든 먹방이 나와서 꽤 지루해질 때였다.

하지만 놀라운 토요일은 조금 달랐다. 인터넷 방송계에서 이미 유명한 먹방 대가를 섭외함으로써 인터넷 방송 매체와의 융합을 시도하였다. 최근 유튜브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저마다의 채널을 운영하는 플랫폼 시장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은 방송국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고 인기 있는 분량을 모아 하나의 짧은 콘텐츠를 올려주는 곳이다. 스낵 컬처로 활용하기 좋은 플랫폼에서 한 프로그램의 코너로 있는 먹방의 요소는 콘텐츠로 만들기 좋은 아이템이다.

유명 출연자가 먹는 모습이 아닌 연예인과 일반인 그 경계에 있는 인터넷 방송 출연자가 등장하면서 먹방을 보는 식욕이라는 본능적인 욕구를 더 잘 살려주었고, 게임에 임하는 동기를 충분히 자극시킬 수 있었다.


한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듣고, 집중해서 본다는 것은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강조하려고 하는지, 무슨 의도로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런 점에서 3가지의 경쟁력은 놀라운 토요일의 확실한 매력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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