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로 얼룩진) 찬란한 미술사
(...) 이렇게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나타난 ‘자의식 드러내기’의 예술관이 현재까지 예술가로 성공하는 방법론이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이기만 한다면, 예술적인 성취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혹은 예술가로서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이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태도. 이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많은 예술가들을 뻔뻔한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그들의 예술적 성취는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피해를 입혀 얻어낸 것이다. 책에 소개된 미술가들의 성취를 마냥 치켜세워줄 수 없는 이유다.
위대한 성취들 사이로 무수히 많은 여성들의 희생이 보인다.
에곤 실레는 발레리에 노이첼과 4년 간이 동거한다. 그녀는 실레의 그림 모델과 뮤즈 노릇을 해주고, 집안 일과 그림 판매 등 그림 외적인 일을 도맡아준다. 하지만 실레는 하루아침에 그녀를 버리고 부잣집 딸과 결혼한다. (동거 당시 실레는 마을의 미성년자 여자아이들을 모델 삼아 누드화를 그린다.)
증권회사 직원이었던 고갱은 그림에 빠져 아내와 다섯 명의 자식들을 생활고에 빠뜨린다. 결국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가는데, 고갱은 잠시 동안 그 처갓집에 얹혀 살기도 한다. 그는 말년에 타히티에서 십 대 소녀들과 결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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