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스토리텔링이 강점인 에세이
유명인의 에세이는 무슨 말을 늘어놓든 귀기울여 듣게 되는 면이 있다. 에세이 아닌 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명세가 중요한 요소임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명인이 아닌 사람의 에세이는 어떠해야 할까. 자아가 많이 투영되는 에세이의 특성상 정말 독특한 발상과 개성이 묻어난다면, 그래서 주워담을 문장들이 많다면 재밌게 읽을만한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유명인이 아닌 서소씨의 에세이는 조금 다른 노선을 취한다.
첫 이미지는 참 좋다. 예기치 못하게 일을 쉬게 된 직장인의 고즈넉한 일상. 그런 도입이라면 뒤이어 이어지는 내용은 회사일을 뒤돌아 본다든지, 시간 때우는 소일거리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그런 이야기도 있긴 있다), 자꾸 이성과 연애 이야기로 빠진다. 저자의 캐릭터상 가장 하면 안 될 것 같은 소재인 것 같은데 말이다.
여지없이 그 이야기 속 서소씨는 엉망이다. 혼자서는 멀쩡하던 사람이 여자 앞에서 하는 행동과 말들이 최악이다. 서소씨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가히 최악의 썸 상대라 할만 한 여자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결국 이 에세이 최고의 지점이 바로 그 연애 이야기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이 사람 정말 못 말리겠네, 하면서 낄낄거리거나, 작작 좀 하지…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러다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주변 여자들이 서소씨를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닌가 싶고. 그냥 등짝 한번 때려주고 싶은 흔한 삼촌 같은 느낌이다. 조금 주책맞고 생각보다 재주가 많은 38살 먹은 삼촌.
그 모든 러브 스토리(?)의 결정판은 여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 실린 ‘시버러버’라는 에피소드인데, 내용이 너무 자극적인 설정 범벅이라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게 된다는 점이다.
고즈넉이 출발했던 책은 기묘한 에피소드로 마무리 된다. 그리고 그 기묘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종착지에 이르면 희한한 감동이 밀려온다.
서소씨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재밌게 해주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사람이다.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최대한 재밌게 전하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에세이가 에세이계의 신선한 자극이라는 생각보다 웹소설계의 보석 같은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소씨의 전략은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이성 앞에서 어떻게든 웃게 만들고 재밌게 해주던 남자의 단련된 재능이 지면 위에 꽃 핀 느낌이다. 그 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도 서소씨에게 첫눈에 반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결국 그에게 푹 빠지고 말 것이다. 브런치에서 인기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역시 독자들은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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