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의 내부도로는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방통행이라 가까운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도 빙빙 돌아가야 한다. 주말이면 타지에서 온 차들이 일방통행 도로인 줄 모르고 역주행하는 모습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끝이란 없는 것처럼 무한반복 돌아야만 하는 육상트랙을 닮은 동네 도로를 뱅뱅 돌면서 늘 생각했다.
도대체 이 놈의 지겨운 트랙을 몇 바퀴나 더 돌아야 할까?
재미도 없는 이 트루먼쇼는 언제 끝날까?
과연 끝이 나기는 할까?'
밤 10시 동네 학원가 앞, 아이들을 픽업하려는 차들이 2~3열 종대로 도로를 점령한다. 그 시간만큼은 경찰의 주차단속도 소용없다. 학원 수업을 마친 아이가 나오길 기다리며 비상등을 켜고 늘어선 차들을 무심히 바라본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해야 했던 학원 픽업을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딸아이도 나도 대학입시가 끝나고 나면 하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막상 모든 것이 다 끝나고 나니 눈 앞에 펼쳐진 무한대의 자유시간에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멍해졌다. 그만큼 몇 년 동안 우리는 경주마처럼 눈가리개로 주위를 둘러볼 시야를 가린 채 입시 하나만 보고 달려왔던 걸까.
조금만 참아... 곧 좋은 날 와...
고3을 앞둔 고2 겨울방학 무렵, 대학입시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치른 한 학년 선배 어머니는 힘내라며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믿고 따르던 선배맘이었지만 당시엔 그 말이 왜 그리 아득히 멀고 야속하게 느껴졌는지...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대로 이어져 끝날 것 같지 않은 레이스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이 우리를 기다린다.
'자격'이란 얄궂기 그지없다. 그 '자격'을 끝내고 내려놓아야 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실체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그 '자격'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그 역할을 더 잘 해냈을지도 모르지만 신은 인간에게 그런 행운을 선사하지는 않았다. 그 왕관의 무게나 가시관의 고통이 어떨지 미리 가늠할 수 없기에 우리는 기꺼이 미래의 불안을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다. 입시도 마찬가지다. 힘든 그 길에는 숨겨진 비책도 지름길도 없다. 그 또한 우리의 삶처럼 하루하루 묵묵하고 꾸준하게 성실함을 담아가는 여정이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끝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둠과 고통 속에도 가슴 속에 한 줄기 빛을 그리며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기 때문이다. 그 멀고 험난한 여정에 있어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던 것은 지도나 편안한 신발과 같은 것들이 아니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걸었던 사람들의 온기일지도 모르기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