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맘의 자격

by Minimum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이 땅의 대학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길고 긴 고통과 인내의 터널을 통과해야만 하기에 그 끝에는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 눈물이 흘러 넘칠 수밖에 없다. 그 칠흑 같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


아이가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합격했다!


수시전형으로 복수의 대학에 최초 합격을 하였다. 매번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모니터 앞에서 심장은 쪼그라들었고 합격을 확인한 후에는 딸도 나도 남편도 눈물을 쏟았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 그 목적지에 대한 어떤 확신도 할 수 없었던 칠흑 같던 어둠의 터널 끝에 햇살 가득한 아름다운 낙원을 마주한 기분이다. 그토록 기다렸던 그 순간이 오더라도 호들갑 떨지 않고 점잖고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처참히 깨졌다. 꼴불견 팔불출 엄마라며 손가락질받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은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3년 내내 내신 기간에는 밤샘을 밥 먹듯 했고 이어지는 교내 대회와 행사들, 살인적인 수행평가로 인해 아이의 얼굴에는 다크서클과 피부 트러블이 사라질 틈이 없었고 늘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매주 주말마다 늦잠도 못 자고 멘토링 봉사활동을 가야 했고 기숙사 생활로 인해 주말에만 겨우 사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에 시간을 쪼개어 차에서 먹은 도시락만 해도 수십 개요 덕분에 엄마는 어느새 도시락 싸기의 달인이 되었다.
안 그래도 고단한 수험생활에 올 해는 코로나까지 덮쳐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하루하루 외줄 타기를 하듯 초조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입시의 대장정이 끝나고 보니 수험생 엄마로서 나는 무엇을 잘 해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고3맘의 자격에 대해서 말이다. 진지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몇 가지 결론들을 얻었다.


1. 말은 줄이고 사랑만 듬뿍 주기

고3, 19살이 된 아이는 부모가 보기에는 아직도 마냥 어려 보이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인에 가깝다. 부모의 생각보다 진지하고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한다. 하지만 고3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겨주어야 할지 무심히 내버려 두어야 할지 말이다. 답은 간단하다. 건강과 정서적 안정에 대해서 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세심하게 챙겨야 하고 공부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줄이고 아이에게 맡겨야 한다. (단, 입시전략이나 준비에 대한 대화는 충분히 나누어야 한다.) 딸아이는 과민성 대장 증상, 생리불순, 저혈압 등에 늘 시달렸기에 건강에 대해서 만큼은 늘 온몸의 촉수를 곤두세워 관리했다. 체질 상 홍삼, 한약 등은 맞지 않아 영양이나 기력을 보충해주는 일도 쉽지 않았다. 배탈이 심해지면 탈수가 오기 전에 수액을 맞춰야 했고 저혈압이 심해져 어지러움이 심해지면 혈압을 올리는 약을 복용하는 등 주치의와 긴밀히 소통하며 진료와 약 처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두뇌활동을 많이 하는 수험생에게는 영양섭취가 중요하기에 단백질과 비타민 이 풍부한 식단을 늘 직접 신경 써서 준비하였다. 건강과 체력관리에 있어 나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B+였다면 공부에 대해 말을 줄이는 데 있어서는 C-도 주기 힘들 듯하다. 타고난 불안증으로 인해 듣기 싫고 하나마나한 말들을 내뱉고는 후회했고 아이와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후배 수험생 엄마들에게만큼은 아래에 이야기할 기도와 명상을 특별히 추천한다. 기도와 명상을 통해 전쟁 같은 수험생활 1년 동안 마음의 평화를 얻고 불안을 덜어내어 말 줄이기를 잘 완수하여 성공적인 수험생 뒷바라지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2. 불안 덜어내기와 믿음 더하기 - 기도와 명상

고3이 되기 직전, 고2 겨울방학이 되면 아이와 부모 모두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고3 선배들의 대학 합격 소식이 들려오고 금쪽같은 겨울방학 기간 동안 아이나 부모나 입시전략과 방학 학습계획을 짜야하는 등 할 일도 스트레스도 산더미처럼 많기 때문이다. 아이는 공부에만 매진하면 될지 모르지만 입시에 있어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인 부모의 불안감과 긴장감은 본인이 잘 컨트롤하는 수밖에 없다. 필자는 타고나기를 매사 닥치기도 전에 미리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고2 겨울방학 때의 불안감은 감당하기 힘든 정도였다. 천주교 신자로서 얄팍한 믿음으로 설렁설렁 신앙생활을 하던 필자였지만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성당 봉사와 간절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신앙생활에 있어 나보다 훨씬 독실했던 남편은 아이를 염두에 두는 구복 신앙은 금물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솔직히 봉사와 기도를 시작할 때에는 아이의 대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봉사를 하고 기도를 할수록 아이보다는 나 자신이 치유되었고 수고로움 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많았다. 매일 30분이 넘는 기도하는 동안 머릿속은 맑아지고 근거 없는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그 시간을 통해 아이에 대한 믿음이 깊어진다. 신앙생활을 쉬고 있었던(천주교에서는 이런 분들을 냉담자라고 한다) 선배 엄마도 아이의 수험생활을 통해 냉담을 풀고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엄마의 기도가 아이에게도 은총이 되겠지만 엄마 자신에게 보다 큰 마음의 평화를 선사한다. 신앙생활이든 명상이든 본인의 영혼을 돌보고 내적 정화를 할 수 있는 활동을 수험생 어머니들께 적극 추천한다.


3. 꾸준하고 성실한 입시정보 수집과 업데이트

아무리 간절함이 크다해도 기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입시 뒷바라지에 있어서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실질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10년 전만 해도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고급 정보들이 있었다지만 4차 산업시대인 지금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누구나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각 대학 홈페이지는 입시계획안과 관련된 논구술 기출문제, 자소서 예시, 준비 방법까지 자세히 탑재되어 있다. 그 외에도 교육 관련 뉴스, 포털사이트의 입시정보 카페, 학원 등 사교육업체의 온오프라인 입시설명회 등 발품을 팔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차고 넘친다. 입시의 큰 전략과 방향은 아이와 상의하되 평상시에는 아이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입시의 세세한 방법과 정보는 부모가 늘 공부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변수로 입시 세부 시행 안이 수시로 변경되었기에 아이가 지원하고 희망하는 대학의 입학처 홈페이지에 매일 들어가 보는 일은 나의 자연스러운 일과 중 하나였다. 정보는 누가 떠다 먹여주는 것이 아니다. 손가락만 잘 움직여도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이 시대의 이점을 부모는 십분 활용해야만 한다.


4. 대입 멘토, 선배들과의 긴밀히 교류

고2 겨울방학부터는 기존에 친분이 있던 친구 엄마들과도 연락이 뜸해질 수밖에 없다. 각자의 성적도 진로도 사정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소재가 적어지고 조심해야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여유롭고 한가로운 브런치 타임은 당분간 잊어야 한다. 다만, 멘토들과는 훨씬 더 긴밀하게 교류해야 한다. 필자가 선택했던 멘토는 다음과 같다. 담임선생님, 면접 강의 선생님, 아이가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계열)에 갓 진학한 선배 또는 선배의 엄마 등이다. 모두 내 아이의 진학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전문가들이자 아이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흔쾌히 시간을 내어줄 고마운 분들이다. 긴박한 입시일정 속에서 그때그때 간절하고 소중한 정보와 궁금한 사항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멘토분들과 평소에 인간적이고 따뜻한 유대를 형성하도록 아이도 부모도 노력해야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한 아이가 더욱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기에, 모두 바쁜 분들이라 때로는 민망하고 죄송할 때도 있지만 용기에 약간의 뻔뻔함을 더하여 아이도 부모도 쉼 없이 질문하고 도움을 청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한가득이지만 초짜의 순수함과 무모함이 가져다준 장점들도 적지 않다. 생기부 내용의 방향 설정과 자기소개서 작성에 있어, 다들 한 번쯤은 받아본다는 입시학원의 컨설팅 없이 아이와 나 오직 둘이서 내용을 상의하여 만들어갔다. 자소서의 경우 소재와 방향을 정한 후에는 오롯이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와 필체로 글을 완성했고 (담임선생님의 조언과 첨삭은 받았다.) 원서접수 직전까지 윤문과 교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불안함이 컸지만 그 어디에도 없을 참신한 내용이 빛을 발하리라 믿었고 토론과 말하기에 강한 아이이니 면접에서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모한 기대는 합격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대학에서는 완벽한 인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고 진솔한 인재를 원한다. 자소서에 남의 생각을 가져다 쓰거나, 면접관들의 압박 질문에 대해 판에 박힌 대답을 하는 학생보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참신한 의견을 말하는 학생이 합격할 확률이 훨씬 높다. 대학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원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 위기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자신만의 생각을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펼치는 능력, 교만하지는 않지만 자신감 있는 눈빛과 태도를 가진 지혜로운 학생을 원한다.

눈빛과 태도에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생각하며 사는 자세, 그것이 수험생 부모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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