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가 밝던 1월 1일, 누군가가 SNS로 전한 흔하디 흔한 새해 인사였다.
2020 새해엔 더 행복해질거예요!
올 한 해 우리는 정말... 더... 행복해졌을까?
영국과 미국에서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이제 곧 우리는 잃어버렸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희망찬 소식을 듣고도 잃어버린 장밋빛 일상은 아득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마스크도 없이 음식점이나 술집에 다닥다닥 모여 앉아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불과 1년 전의 TV 속 사람들의 모습이 왜 이리 낯설고 위험천만해 보이는 걸까. 2020년 한 해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과 생각을 송두리째 흔들어 바꾸어 놓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낯선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으며 일자리를 잃고 파산하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며 일자리를 보전하며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또한 무기력과 우울이란 마음의 병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아이가 고3이라는 것을 핑계 삼아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어디 또 있어?’라는 생각으로 누가누가 더 힘든가 경쟁이라도 하듯 주위 사람들에게 더 큰 배려를 요구하며 징징거리듯 살아온 건 아닐까. 모두에게 참혹하고 잔인했던 2020년 따위 삶에서 지워버리고 싶기까지 하다.
무료한 주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어느 방송국 연말 시상식에서 어느 가수의 수상소감을 보다 예기치 못한 한 방을 얻어맞은 것처럼 명치끝이 아프고 아려왔다.
올 한 해는 우리가 갖고 있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들이었는지를 깨닫게 해 준 고마운 한 해였습니다.
이 상황이 잘 마무리돼서 다시 활기찬 세상이 돌아온다고 할지라도 오히려 올 한 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쯤이면 이 칠흑 같은 터널의 끝을 지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빨리 흘려보내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 지금의 시간을 빨리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오늘의 시간을 저주하며 무료함과 답답함과 외로움에 투정 부리던 나에게 그는 오늘을, 올 한 해를 잊지 말자고 말한다. 지난 한 해는 잃어버린 행복한 일상을 찾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처럼 참혹하기도 했고 잔인하기도 했다. 잔뜩 예민한 채로 서로 비난을 주고받았고 서로를 믿지 못하기도 했다. 때로는 이기적이었고 냉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 어떤 강요도 없이도 엄격한 룰들을 자진하여 지키고 있으며 서로를 배려하려 노력하며 이 어둠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언젠가 곧 우리는 미뤄왔던 여행을 떠나고 밀집된 공간에서도 걱정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만나고 마스크 없이 콘서트와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2020년은 그 어느 해보다 어둡고 잔인한 시간이었고 이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사회적 거리 따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눈이 부신 예전의 일상을 되찾게 될 그날이 온다 해도...우리를 외로움과 고통 속에 한 뼘 자라게 해 준 올 한 해 2020년을, 멋지게 나이 든 그 가수의 말처럼... 우리 잊지 말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