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을 며칠 앞두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총기가 떨어지는 그런 날엔 운전대를 잡지 말았어야 했는데 추위를 핑계 삼은 게으름이 불러온 일이었다. 오롯이 나의 실수로 정신적, 물질적 손실을 내놓고서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짜증과 불편한 심기를 가족들에게 드러내고 말았다. 기대하는 만큼 걱정해주고 다독여주지 않는 남편에게는 서운함이 밀려왔고 딸아이한테도 괜스레 친절한 말투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냉랭한 며칠이 지나고 음력설 당일. 전 날 큰 댁에 가서 정성스럽게 음식 준비도 해놓고 일가친척 모두 모여 시끌벅적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던 오후, 브런치의 요란한 알림음이 울렸다.
두번째 DAUM 홈페이지 메인 노출. 이게 웬 기분 좋은 설날 선물인가 싶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올 한 해 잘 풀리려나...’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전에 거대하고 차디 찬 해일 같은 부끄러움이 덮쳐왔다. 내 가족들 마음 하나 따뜻하고 편하게 해주지 못하는 주제에 가족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글이 채택되었다는 사실에 무작정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내 글은 죄가 없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글은 쓰지 말라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어떤 큰 분(골목식당 백 대표보다 무서운)의 호된 꾸중처럼 느껴졌다.
살아가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끊임없이 세상(타인)과 나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며 누구나 그 과정이 선하고 아름답기를 바란다. 선한 정신과 선한 글은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 더 이상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는 싫기에, 더 이상 저질체력과 우울에 몸과 마음을 내어 맡길 수는 없기에, 삶과 글이 모두 건강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렇게 새해 소원은 결국 돌고 돌아 오천만 국민의 소원인 ‘건강’이 되어버렸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운동 열심히 하고 식이요법 하지 않으면 ‘건강한 돼지’가 된다던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면 돼지라도 좋으니 내일부터 햇빛 가득 품에 안고 팔다리를 열심히 휘저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