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행복한 순간들보다는 나의 취향이나 열정과 거리가 먼 일들로 채워져 있기 마련이기에 반복되는 지루한 일들을 하나하나 어떻게든 잘 수행해내야만 한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느끼게 된 행복과 충만함은 평범한 듯 거친 세상에 닳아 패어버렸던 가슴속 요철들을 매끈하게 메워주는 것만 같았다. 글을 쓰는 공간이 어디든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낙원이자 명상소이며 심리치료실이 되어주었다.
필자는 시나 소설, 시나리오 등을 쓰는 예술가도 아니며 그저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생각을 정리하는 수준의 글을 끄적거리고 있지만 브런치팀은 늘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준다. 기자가 쓴 기사도 아닌 단점 투성이인 내 글이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포털사이트에 노출되어 조회수 신기록을 경신했던 황홀한 경험도 여러 번 했다.
가족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를 차에 태우고 학교와 학원을 빙빙 돌고... 분명 중요하고 가치 있으며 꼭 해야 할 일들이지만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을 수는 없는 일들이었다. 허전하고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던 평범한 경단녀 주부의 삶에 윤기가 돌기 시작했고 표정 또한 바뀌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과 세상의 변화는 필부필부(匹夫匹婦)의 보통의 삶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축하의 말을 건네기보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근데 포털에 네 글 게시되고 구독자수 많아지면 거기서 돈 주는 거야? *튜브처럼?"
나의 글쓰기가 경제적 수입과 관련이 없음을 확인한 그들은 돈도 안 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해 몰두하는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다. 남들의 시선에 맥없이 줏대를 내어주고 욕심에 휩쓸려버린 나는 어느새 조회수를 더 높일 수 있고 구독자를 더 늘릴 수 있는 콘텐츠와 글을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어딘가에 나의 생각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도 행복했던 초심이 얼룩지기 시작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꿈을 놓지 않았고 플랫폼 위에서나마 어쨌든 ‘글을 쓰고 있다’ 라며 남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게으름과 소심함, 욕심이 파릇하게 올라오던 열정의 바짓가랑이를 끌어당겨 기어이 주저앉히고 만다.
보기 싫은 얼룩이 묻은 고민을 멈추고 진정 쓰고 싶은 글이 내게 다가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그런지 내 브런치는 겉모습도 내용도 아직도 볼품없이 빈약한 그 모양 그 꼴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앞으로 4일 동안 큰 비가 오고 나서 올해 장마가 끝난다고 한다. 머릿속마저 습하고 복잡한 오후,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브런치 알림이 울린다. 또 한 편의 글이 DAUM 홈페이지에 올라 조회수 경신 알려준다.
열정이 시들어 눅눅하고 꿉꿉해졌던 오늘, 많이 쓰지 않아도 좋고 핫한 글을 쓰지 않아도 좋으니... 힘내서 좋은 글을 쓰라고... 브런치는 나를 토닥토닥 두드려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