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반얀트리 화재, 그리고 일터로 향하는 아버지들

by 신민철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사고로 근로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족들은 "아무도 사고 이유를 이야기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장례부터 치르냐"며 울분을 토했지만, 회사는 장례부터 치른 뒤에 합의하자며 책임 소재의 표명을 미루었다. 공사 일정을 무리하게 정한 게 아닌지,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끝내 대피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사고의 진상에 의문은 많았으나 명확한 답변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뒤늦은 조사에서 공사장 수신기에 물을 공급하는 밸브가 잠겨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을 뿐이다. 한 시간의 대치 끝에 현장 내부를 둘러본 유가족들은 처참하게 불탄 잔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원청 기업이 일용직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가입도 안 해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모르고 있었다기엔 그 의도가 다분했다. 그 사실은 사망한 6명만이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을 포함하여 담당자들 또한 공공연히 알고 있었을 터였다. 다만 기본적인 권리를 따지기에는 일용직 노동자의 현실이 너무도 각박했을 뿐이다. 사망한 6명 중에는 일주일 내내 현장에서 일을 해왔던 A씨도 있었다. 퇴직 후 가족들 모르게 일을 해온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 기사를 읽고 아버지가 떠올랐다. 은퇴 후 아파트 단지에서 근로를 시작한 아버지도 그 기사 속의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보험 가입은커녕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다고 면박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간절한 사람에게 이렇게 악랄해질 수 있을까. 지인의 아버지도 은퇴 후 원예 일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한 여름 땡볕에서 그늘 하나 없이 일을 하다가 쓰러지셨고, 그 모습을 동료가 뒤늦게 발견했다고 들었다. 유난히도 더운 날이었기에 누구나 사망 원인을 날씨와 연관 지을 수 있을 법했는데도, 근무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산재를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아버지가 처한 환경도 그보다 나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잠깐만 손을 내놓고 있어도 얼얼한 추위였기에, 안 그래도 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너무 무리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다. 나는 일을 하더라도 날씨가 좀 풀리고 시작하기를 바랐지만, 아버지는 일자리를 놓칠 거란 생각에 냉큼 받아들였다. 그마저도 몇 십 명을 제치고 따낸 자리라고 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재취업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치사하고 차가웠다.

그날부터 우리는 출근길에 동행했다. 아버지가 일하는 아파트 단지는 내 직장과 3분 거리였어서, 아버지는 나이 든 아들의 운전기사를 선뜻 도맡기로 했다. 출근길에서는, 대학시절 셔틀버스까지 바래다주던 아버지의 모습이 언뜻 떠오르곤 했다. 그때보다도 연세가 많이 들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동안 해드린 게 너무 없다는 생각도.

그러면서도 나는 아버지 마음보다 늘 내 고민이 먼저였다. 아버지는 한 푼 벌어보겠다고 출근을 하는데, 아들은 퇴사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때로는 출근길에 바래다주는 거 자체가 부담됐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아들의 기분을 날카롭게 감지하고, 요즘 일이 힘드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힘들다고 투정하고 싶지도 않고, 퇴사 고민을 선뜻 말 못 하는 아들은 이내 입을 닫아버린다. 그러면 아버지는 위로해 줄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냈다가, 어느새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잔소리로 이어가고는 한다. 원래 일이 다 힘든 거라느니, 요즘은 이직하기가 어렵다드니. 그런 말을 듣다 보면 괜한 짜증이 난다.

그만. 나는 그럴 때마다 말을 확실하게 끊는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들이란 걸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멋쩍은 듯이 커피 한잔 먹고 가자는 말을 건네고, 우리는 얼마 되지도 않는 커피값을 서로 내겠다며 옥신각신을 한다. 결국 백기를 드는 건 내 쪽이다. 아버지가 내게 뭐라도 위로를 건네고픈 마음을 잘 안다. 아직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이 많다는 걸 모를 수 없어서, 아버지가 건네는 카드를 손에 받아 쥔다.

나는 아버지의 카드로 결제한 따뜻한 라떼를 건넨다. "오늘도 힘내고." 가벼운 응원을 끝으로, 아버지는 일터로 떠난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본다. 은퇴 후 다시 일터로 향하는 아버지,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부모 세대. 그들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보장을 받을 수 있기를. 그들의 삶이 라떼처럼 조금만 더 부드러워질 수 있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의 방에서 괴성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