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방에서 괴성이 들렸다. 평소에도 잠꼬대가 좋지 않았는데 그날은 유독 심했다. 그런데 얼핏 들으면 서럽게 우는 소리로 들리기도 해서 그가 정말로 우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나는 방문을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저 소리가 잦아들기를 바랐다. 가족 중 누구라도 일어나서 그 소리를 멈춰주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소리를 아무도 듣지 않았으면 했다. 울음소리는 한동안 잦아들지를 않았다. 혹시 꿈에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꿈에서라도 그리운 누군가를 만난 게 아닐까. 뭐가 그렇게 슬프고 힘들었을까. 나는 그날 밤 아버지의 비밀을 엿듣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나는 괴팍한 잠꼬대의 이유가 건강 탓일 거라 짐작했다. 그는 건강이 안 좋아진 뒤부터 자주 깨고 잠버릇이 심해졌다. 그걸 그가 쓰러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마치 한순간 몸에 연결된 줄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그는 갑자기 힘을 잃고 주저앉았다. 하루에 두 시간은 뜀박질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건강이 안 좋으리란 짐작은 하지 못했다. 그는 누워있다가 급하게 일어나서라고 변명했지만, 그의 아내는 그 말을 쉽게 믿지 않았다. 몇 차례 추궁 끝에, 그 해에 열 번은 주저앉았다는 실토를 받았다. 두려운 마음에 숨겼던 걸까. 운동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걸까. 그의 바람이 어찌 되었든, 그의 몸 상태는 운동으로 극복할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40년 간의 흡연 탓에 혈관이 좁아졌는데,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서 혈압이 급격히 상승한 거였다. 자칫 의식을 잃어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태였다. 어쩌면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알아차려서 다행일까. 여하튼 그 대가로 그는 평생 혈압약을 먹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릎인대까지 찢어졌다. 하루에 10~20km를 매일같이 뛰어다닌 탓이다. 젊은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무리하지는 않는데, 예순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그런 강행군을 했다면 몸이 버틸 리가 없었다. 그는 몸을 망치고, 또 망치고, 망가뜨렸다. 이제는 그 좋아하던 뜀박질도 못할 정도로. 그는 굽이 서로 다른 신발을 신은 것처럼 절뚝거렸고, 심한 날은 지팡이 없이 걸어 다니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컨디션이 조금만 괜찮아지면 두어 시간을 걸었고, 그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지팡이를 짚었다.
가족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물었고, 화도 내봤고, 참 여러 번 말려도 봤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답하지도 않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곤 했다. 나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모습이 전혀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라서 안타까웠고, 그가 다시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이런 마음도 모르고 잔소리로만 받아들이는 그가 야속했다.
대체 왜 제 몸을 혹사시키는 걸까. 자꾸만 늙어가는 걸 인정하기 싫었을까. 출근하지 않는 삶을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까. 앞으로의 인생이 두렵고 막막하진 않았을까. 그러다 문득,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손가락 하나를 잃고, 30년 넘게 망치질을 해서 손목이 고장 나고, 수십 년의 흡연 탓에 혈관이 망가지고, 이제는 다리까지 제 말을 듣지 않게 된 걸 보니까.
그는 원래부터 그랬다. 힘들게 살았고 힘들어도 참았고, 그게 당연하게 살았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 안 하고, 오히려 이겨낼 때까지 몸을 혹사하는 사람. 가족들 앞에서 힘들다는 얘기 잘 안 꺼내는 사람. 나는 그걸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는 살면서 내게 잘 들리지 않는 괴성을, 이미 몇 번이나 지르지 않았을까.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자꾸만 안으로만 삼키는, 힘들다는 말을. 잠이 들어서야 참지 못하고 터트리고 만 것이 아닐까. 물론 그날 밤의 괴성은 그저 그의 잠버릇 중 하나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겠지만, 나는 내 멋대로 상상하면서 그날밤 그가 평온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