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도 기준이 있어야 할까.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어떠한 기준 없이 사람을 만나왔고, 또 아무런 기준 없이 그 사람들에게 멀어져 왔다. 그 사람들이 내게서 점차 멀어졌다기보다 내가 어느 순간 툭 하고 잘라냈다. 그때마다 연락처를 바꿔왔고 사람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애를 썼다.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만나지 않게 되어버린 사이라면 이미 끊어져버린 상태나 다름없다고. 귀찮은 만남이나 쓸데없는 감정 소모는 안 할수록 좋은 거라고. 나는 내가 혼자서도 잘 살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은 내가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길 연기한 게 아닐까 싶다. 외로워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연락하고 싶으면서도 아쉽지 않은 척. 남들 다 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아예 시작하지도 않거나 계정 자체를 삭제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나는 지금까지 나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두루두루 지내는 게 잘 맞는 사람도 있다면, 몇몇의 사람 하고만 깊게 관계를 맺는 성향도 있는 거라고. 나의 문제를 합리화하고 그 앞에서 도망치곤 했다.
나는 내가 그 두 가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주위의 사람들을 아무도 남기지 않고 밀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꼬인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걸 서른이 되어서야 알아차렸다. 그러자 정말 아무도 남지 않게 될까 봐 두려워졌고, 이내 두려움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두려웠던 것일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그러다 보면 내가 자꾸만 상대에게 기대고 집착하는 것도, 그 사람이 때론 미워지거나 서운해지는 것도, 갑자기 모든 관계가 허무해지는 것도. 어쩌면 나는 우울증을 오래 앓고 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이 복잡한 감정들을, 내 지독한 단절의 패턴들을, 이 가슴 답답한 두려움을 우울이라는 단어 하나로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