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영화로 비추어 본 나의 결핍
쉽지 않은 프리랜서 생활
스마트폰을 부수는 꿈을 꿨다. 가위로 깔끔하게 다섯 조각을 내는 부분에서 꿈이라는 걸 자각했어야 했는데, 꿈속의 나는 부서진 스마트폰을 본드로 붙이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그 해몽이 궁금하여 검색을 해봤는데, 인간관계에 지쳐있다는 뜻이란다. 이미 한 차례 지친 탓에 대부분을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내게 더 이상 지칠 관계가 남아있을까. 꿈은 단지 꿈일 뿐이지만, 종종 이러한 해석에 깊게 빠져들 때가 있다.
하루를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사람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심심하지는 않다. 할 일 하다 보면 금방 오후가 되고 저녁이 된다. 오히려 못한 일들 때문에 늦게 잠드는 일이 잦은 편이다. 다만, 쓸쓸하고 불안한 감정이 종종 들기는 해서, 그러한 감정들을 몰아내기 위해 하루 종일을 고군분투한다. 어떤 날은 일하는 것보다 감정 컨트롤하는 게 더 어렵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회사를 떠나 인생의 모험을 시작하기로 한 건 나니까. 그 길을 걸으면서 겪는 몇 가지 장애물은 감내하는 게 맞을 텐데, 그 앞에서 자주 무너지고 헤맨다.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남의 돈 벌기가 쉽지 않구나', '내가 우습게 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구나',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겠구나'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
회사생활은 결국 답이 아니라는 전제를 가지고 퇴사를 했지만, 무작정 퇴사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금. 망망대해를 나아가는 작고 큰 배들과 수영하는 방법부터 배우고 있는 나의 모습을 자꾸만 비교하고 만다. 앞만 보고 헤엄치려고 해도, 계속해서 물에 잠기고 호흡이 가팔라지는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중 하나인 '가타카'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난 되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아서 널 이기는 거야." 심장질환을 가진 빈센트가 완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동생인 안톤을 수영으로 이기고 나서 하는 말이다.
나는 한동안 빈센트라는 작중 인물과 에단 호크라는 배우에 꽂혀있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인적인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카타카를 몇 번이나 보긴 했지만, 그 후로 몇 년이나 지난 지금 이 영화가 떠오르는 이유는, 나와 빈센트의 결핍과 욕망이 동일하기 때문은 아닐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찌어찌 스마트폰을 망가뜨린 꿈에서 영화 가타카까지 흘러왔는데, 그 이유는 최근에 느끼는 감정들이 거의 이러한 틀 안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결핍과 욕망 속에서 또 하루를 살아갈 거고, 또다시 불안과 쓸쓸함을 느낄 게 분명하다. 어느 순간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나라는 사람도 쉽게 바꿀 순 없을 테니까. 다만, 나의 결핍을 더는 외면하지 않으려고 한다. 솔직하게 마주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잠깐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