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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Jul 30. 2023

올빼미족의 밤샘 탈출기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집에서 일하기 쉽지 않다. 종일 돌아가는 노트북 열기와 한껏 달아오른 습기로 얼굴이 후끈거리는 데다가, 몸은 젖은 수건처럼 늘어고 눈꺼풀은 무겁게 감겨온다. 지난밤 잠 못 들은 탓에 연체된 졸음은 막무가내로 그 값을 치르라고 한다. 글 몇 자를 끄적이다가 깜박, 자료를 찾아보다가 깜박. 의 끄트머리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깊은 잠 속으로 미끄러진다.



최근 밤에 거의 못 자는 탓에 낮만 되면 졸음이 몰려온다. 보통은 침대나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나지만, 종종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침대에 얼굴만 파묻고 자거나 의자에 거의 눕듯이 기대어 자기도 한다. 오늘만큼은 낮잠을 참아보겠다는 다짐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그냥 침대에 누울걸 매번 후회한다. 그리고 한두 시간의 단잠이 오늘의 숙면을 망칠 거라 직감한다.



이러한 고민 직장인의 입장에선 배부른 소리다. 나는 통근시간 없이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데다가, 점심시간에는 카페에서 책을 읽다 오기도 하고, 마음대로 낮잠을 자기도 한다. 회사 다닐 때 부러워하던 생활을 그대로 하는 셈이다. 그러니 이러한 간헐적 올빼미 생활도 투덜거릴 게 아니라 사실 감사할 일에 더 가깝다.



하지만 약 일 년간 프리랜서를 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생활패턴이 어떻게든 문제가 된다는 걸 수차례 경험했다. 밤만 되면 잦은 우울감과 불안감에 시달렸으며, 그것들은 내가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낮까지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지 못해 무기력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게다가 잠들지 못한 시간마저도 의미 있게 사용하지 못했다. 동기부여를 위해 영상 몇 개를 찾아보다 보면 어느새 먹방 유튜브를 보고 있거나, 글을 몇 자 쓰다가 자연스레 게임이나 만화를 찾는 식이다. 차라리 일이라도 미리 해놓는 게 나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것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걸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깨달았다. 결국 아침에 피곤해지면 능률이 떨어지고, 일을 늦게까지 붙들고 있으면 그만큼 정신적으로 지친다. 밤낮을 온전히 바꿔서 생활하지 않는 이상, 매일 같은 양의 업무량을 소화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끊이질 않는 악순환일 뿐이다. 눈은 피로감과 충혈감으로 무겁고 따끔거리는 데다가, 머릿속은 고장 난 프로펠러처럼 회전이 잘 안 되고 버벅거린다. 이러한 상태로 꾸역꾸역 일하다 보면 충전이 덜 된 전자기기처럼 금방 방전되고 만다.



그러니 우선 잘 자야겠다.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내일 하루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도록. 걱정은 낮의 몫이고 밤은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자. 낮에 잠들지 않도록 몸의 긴장을 유지하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이런 다짐이 하루이틀 만에 끝나지 않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적어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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