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민욱 Jan 04. 2021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고의 전환

Zero to One - Peter Thiel

    전율, 이 책을 읽는 내내 필자는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Thiel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심장에 비수를 꽂듯 너무나도 다가왔다. 이전까지 읽은 책들의 개념들을 새롭게 재정립하고 사고의 전환을 촉구시키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 역시 1 회독만으로 감히 서평을 쓰기에 스스로의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다독 후 필자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 서평을 시작하고자 한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그럴싸한 대답이 떠오르는가? 저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념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것이 하나의 대답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의견은 결국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설명하는데, 이 질문에 훌륭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이 미래를 잘 들여본다는 것을 의미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 전체에 걸쳐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말해주며 책을 서술해 나간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저자는 먼저 경쟁과 자본주의에 대해서 색다른 시선을 가짐을 보여준다. 경쟁과 자본주의... 이 두 개념은 이 책을 읽기 전 필자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저자의 글을 보면서 이는 필자가 크게 착각하고 있던 통념임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는 항공사와 구글을 비교하며 경쟁과 자본주의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항공사의 경우 시장 자체는 구글의 사업보다 훨씬 더 컸지만 항공사들은 거의 완전 경쟁체제로, 구글은 검색엔진 분야에서 너무 뛰어나서 독점의 형태로 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사업의 가치로 봤을 땐 구글이 압도적으로 컸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론 경쟁을 하면 할수록 이윤이 사라져 경쟁이 오히려 자본주의와 상극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이 건강하다고 믿는 통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경쟁이 단순히 경제학적인 개념이거나 시장이 겪어내야 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하나의 강박관념, 즉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이데올로기 때문에 우리는 경쟁이 필요한 것이라고 뼛속 깊이 새기며 경쟁이 요구하는 것들을 실천한다. 그러나 경쟁을 더 많이 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저자는 현존하는 교육 시스템이 이러한 경쟁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교육 시스템 내에선 성적이라는 것 자체가 학생의 경쟁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도구이다. 우리는 각 학생의 재능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과목을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친다. 이 토너먼트는 더 높이 올라갈수록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교육체제에서 높은 성적을 내는 엘리트 학생들은 자신 있게 계단을 올라가다가 결국 자신의 원래 꿈을 포기해야 할 만큼 치열한 경쟁 단계에 이르게 된다. 고등학교 때 높은 목표를 세웠던 학생들은 대학과 대학원에 가며 경영 컨설팅이나 투자은행 같은 아주 뻔한 커리어를 놓고 똑같이 똑똑한 또래들과 치열한 라이벌 경쟁을 펼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십만 달러를 넘는 수업료를 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스탠퍼드 대학에 가서 모범적으로 학부생활을 마치고 스탠퍼드 로스쿨에 등록하여 대법원 직원이 되기 위해 경쟁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경쟁이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보좌관이 되지 못함을 다행으로 여기고 만약 경쟁에서 승리하였다면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사건 조서를 쓰거나 사업계약서의 초안을 쓰며 평생을 보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경쟁이 아니라 독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의 독점은 기존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위협하는 파괴적 혁신이 아니라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풍요로움을 소개하여 세상을 역동적이고 더 나은 사회로 만들 수 있는 창조적 혁신의 독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는 우연이 아니라 디자인하는 것이다

    "성공은 운인가 능력인가?" 이 질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중요한 질문이다. 성공한 작가인 말콤 그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성공은 행운과 예기치 못한 이점들이 얽혀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워런 버핏,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운이 좋았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말에 반론을 내놓는다. 저자는 성공을 그저 운 적 요소로 치부하는 것이 계획을 세워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무시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성공이 대부분 운에 달려있다면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잭 도시 등 '여러 개'의 수십억 달러짜리 회사를 만든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성공을 넘어 미래에 대해서 역시 비슷한 질문을 한다. "미래는 우연인가, 디자인하는 것인가?" 저자는 이 질문을 아래의 표와 같은 형태로 정리해서 설명한다.

출처: 비즈니스의 모든 사례, ZERO TO ONE - 사례 뉴스 (casenews.co.kr)

저자는 사람들이 미래를 대하는 태도를 불명확한 낙관주의, 불명확한 비관주의, 명확한 낙관주의, 명확한 비관주의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과거의 세계는 명확한 낙관주의 하에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라시아의 화물선들이 희망봉을 우회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거나 달에 인류를 보내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발전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세계는 미래가 현재보다 더 좋아지리라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 불명확한 낙관주의로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예시로 현대인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인 금융가에 대해서 설명한다. 금융은 어떻게 해야 부를 창출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를 때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똑똑한 대학 졸업생들이 로스쿨이 아니면 월스트리트로 향하는 이유도 커리어에 대한 제대로 된 계획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골드만삭스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금융 '내부'에서마저 모든 게 불명확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금융계 내부의 기본적 교리는 시장은 아무 원칙 없이 움직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도록 중요해지는 것이 '투자의 다각화'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명확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명확한 낙관주의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를 앞당기는 명확한 태도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를 예시로 보여준다.

    2001년 10월, 1세대 아이팟이 공개되었을 때 업계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 '매킨토시 이용자들에게나 쓸 만한 제품' 정도라고 생각했다. 잡스는 아이팟을 PC 이후의 새로운 이동식 기기의 시초로 기획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는 이런 비밀은 보이지 않았다. 잡스의 계획의 결과 아이팟을 넘은 아이폰이 등장했고, 세계를 변화시켰다.

    2006년 7월, 야후가 페이스북을 10억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을 때, 초기 투자자이자 페이스북 이사로 활동했던 저자는 우리가 적어도 고려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이사회로 걸어 들어온 마크 저커버그는 이렇게 선언했다고 한다. "여러분, 오늘 회의는 그냥 형식적인 거예요. 10분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팔 수는 없죠." 마크는 자신의 회사를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야후는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오늘날 8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회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저자는 이처럼 미래를 디자인(계획) 하는 태도가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마피아를 만들어라

    비즈니스 세계에선 창조의 순간은 그 어떤 시간대에서도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들)이 될 수도 없으며,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주커버그가 될 수가 없다. 이만큼 창조라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아마 창조가 되는 순간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첫 순간의 결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아마 비즈니스의 첫 결정은 '누구와 함께 시작하느냐' 일 것이다. 공동 창업자를 고르는 일은 결혼과도 비슷해서 창업자 간의 충돌은 이혼만큼이나 지저분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처음으로 투자했던 회사의 경험을 토대로 얼마나 공동창업자가 중요한 지 서술한다. 그의 첫 투자처는 루크 노섹이라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었는데, 그가 페이팔보다 1년 앞서 세운 회사는 실패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루크가 창업 동호회에서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눈 공동 창업자와 같이 창업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실패의 원인은 그 공동 창업자가 무능했기 때문이 아니라 루크와 공동창업자가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경험을 토대로 창업자들이 함께 회사를 세우기 전부터 서로 역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은 창업은 주사위 던지기나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저자는 '누구와 함께 시작하느냐' 못지않게 '누구와 함께 나아가느냐'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자신이 최초로 만든 팀을 예시로 들며 책을 서술해 나간다. 저자가 최초로 만든 팀은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 마피아'로 통한다. 그 이유는 누가 성공적인 기술 기업을 창업하거나 투자할 때 아직도 너무나 많은 옛 동료들이 발 벗고 나서서 서로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결과 마피아 일원인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엑스(Space X)와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를 설립했고, 레이드 호프먼은 링크드인(Linked In)을 공동 설립했으며,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은 함께 유튜브(Youtube)를 설립했다. 제러미 스토플먼과 러셀 시먼스는 옐프(Yelp), 데이비드 색스는 야머(Yammer), 저자는 팰런티어(Palantir)를 설립했다. 위 기업들은 각각 수십억 달러를 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문화가 최초의 회사를 초월할 만큼 튼튼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마피아'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로펌에서 일할 때 경험을 회상하며, 능력 있는 변호사들이 가치 있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능력 역시 인상적이었으나 그 안에서 서로의 관계는 튼튼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사무실 밖에서는 서로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서로 좋아하지조차 않는 사람들과 왜 함께 일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며 장기적인 미래를 함께 그려가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며,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써버리는 것을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신생기업에서 '팀' 또는 '동료'는 거래관계가 아니라 단단히 엮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채용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영입할 때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20번째 직원은 왜 우리 회사에 합류할까?"

위 질문을 조금 더 다듬으면 다음과 같이 된다.

"더 많은 연봉과 명예를 얻으며 구글에서 일할 수도 있는 사람이 우리 회사에 20번째 엔지니어로 들어올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회사마다 각자의 답을 찾고 그 답을 통해 마피아의 일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고 싶은 부분이 없었다. 책 속에 스며든 Thiel의 철학들은 필자에게 전율을 느끼게 했다. 너무나도 인상 깊은 챕터들이 많았고, 필자의 능력 부족으로 이 서평에 그 모든 것을 다 녹여버릴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도 이 책을 정리하자면 "스스로 생각해라,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해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아라. 숨겨진 비밀을 찾아라."라고 하고 싶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저자는 진정으로 통념을 부수는 사람은 남들과 반대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필자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생각을 하며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Thiel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Thiel의 생각과 주장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스스로의 생각을 펼쳐 Thiel의 질문에 스스로의 답을 창조해내라는 것 같았다. 독자분들도 한번 이 책을 읽으며 Thiel의 질문들에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Thiel의 말을 빌려 이 서평을 마무리하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하나뿐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우리는 0에서 1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단순히 지금과는 다른 미래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처음 고대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낯설고도 신기했던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때만이 우리는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그때에만 미래가 올 때까지 세상을 보존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4단계로 배우는 MIT의 스타트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