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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Dec 30. 2020

24단계로 배우는 MIT의 스타트업

MIT스타트업바이블(빌 올렛)

     "여러분은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것 같은가? 필자의 경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기업가 정신을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빌 게이츠, 일런머스크, 스티브 잡스, 리처드 브랜슨 등의 훌륭한 창업가들은 기업가 DNA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빌 올렛 교수는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특별한 유전자가 아니라 탁월한 제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탁월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혁신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기업가로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창업을 크게 6가지의 테마와 24단계의 단계로 나누어 체계적인 모델로 책을 서술한다.

먼저 저자는 6가지 테마를 다음과 같은 질문과 세부 내용으로 구성한다.


- 고객은 누구인가?

    1. 시장 세분화

    2. 거점시장 선택

    3. 최종 사용자 구체화

    4. 총 유효시장 규모 추정

    5. 거점시장에 대한 페르소나 정의

    9. 예비 고객 조사

-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6. 전체 생애주기 사용 시나리오

    7. 상위 수준 제품 사양 정의

    8. 가치 제안 정량화

    10. 핵심 역량 정의

    11. 경쟁적 지위 설정

-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획득하는가?

    12.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 분석

    13. 고객의 구매 과정 이해

    18. 영업 프로세스 설계

- 수익 창출 전략은 무엇인가?

    15. 비즈니스 모델 설계

    16. 가격 체계 수립

    17. 고객 생애 가치 예측

    19. 고객 획득 비용 분석

-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할까?

    20. 핵심 가설 확인

    21. 핵심 가설 검증

    22. 최소 기능 사업 제품 정의

    23. 최소 기능 사업 제품 검증

- 어떻게 사업을 확장하는가?

    14. 후속시장 규모 전망

    24. 제품 계획 수립


저자는 각각의 테마에 따라 어떠한 단계를 두는데 이는 다음 그림과 같다.

    


    앞서 말했듯이 저자는 매우 체계적으로 창업단계를 설명해준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이러한 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를 나아감에 따라 이전 단계를 수정 보완하는 나선형 형태의 발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센스 에이블 테크놀로지를 공동 창업하고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이 직접 창업한 사례들과 함께 각 단계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 중 인상 깊은 몇 가지 단계를 알아보도록 하자.


거점시장에 대한 페르소나 정의하기

    페르소나 이 단어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가면을 뜻하는데 저자는 이 단어를 '주요 고객을 대표하는 특정 인물'로 정의한다. 이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창업에 있어서 고객의 중요성을 특히나 강조한다. 저자는 고객의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봐야 하고 그 뒤 고객이 존재하는 세부 시장을 정해야 하고 그 중 창업자의 제품이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거점시장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 속에서 저자는 거점시장을 대표하는 페르소나라는 구체적인 인물을 설정하고 그 인물에 가까운 실존인물을 통해 기업의 방향을 결정할 것을 추천한다. 페르소나를 통해 기업의 방향을 정한다면 창업자들 사이의 의견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르소나를 명확하게 정의를 했다면 그 방향은 시장의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이러한 페르소나 정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기에 혁신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페르소나가 최종 사용자의 프로파일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변화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고객을 통해 얻게 될 이익을 계산하기

    저자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고객 생애 가치와 고객 획득 비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매우 수학적인 방식으로 고객 생애 가치와 고객 획득 비용을 분석하는데, 이는 기업이 생존함에 있어서 매우 필요한 분석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비용과 수익 분석뿐만 아니라 저자는 고객의 구매과정 혹은 제품 생애주기 등 매우 수학적이고 체계화된 분석론을 제시한다. 다만 이러한 분석론이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질문 들을 스스로 해보고 그런 질문들의 답을 철저한 시장조사로 찾아가면서 창업가만의 답을 만들어 갈 것을 제시한다. 또한 이런 비용분석에 있어서 영업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저자는 창업자가 오로지 아이디어에만 집중한다면 성공적인 창업을 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비용을 조절하고 이익을 극대화하여 아이디어가 세상에 퍼질 때까지 생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고객의 구매과정, 영업 프로세스 등 여러 방면으로 동업자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저자는 매우 방법론적인 방법으로 책을 서술해 나간다.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표현보다 강의를 듣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이 강의가 방법론적이지만 단순한 내용 전달보단 저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면서 깨달음을 전해주는 느낌이 강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은 실천과 소통이다. 저자는 책의 초입 부분부터 실천을 매우 중요시한다. 시장조사부터 영업 프로세스 구축, 최소 기능 사업 제품 구현까지 모든 단계에서 그 과정을 실천함으로 얻는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때 실천을 함으로써 얻는 경험들이 창업자를 성장시키고 그 성장력을 토대로 페르소나 정의 등 이전 단계를 보완하며 성공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소통을 중요시하는데,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의사소통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예를 들어 시장조사를 실시할 때 고객에게 제품을 팔려는 의도 혹은 제품을 강요하려는 의도로 절대 접근해서는 안되고, 고객에게 질문과 조사의 방식으로 고객이 생각하는 것을 이끌어내야 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방식은 창업가의 생각이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다양한 방면으로 제품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필자에게 가장 와 닿은 내용은 책의 제일 앞부분인 창업의 0단계이다. 저자는 어떤 이유로 기업가 정신에 관심을 갖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음의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랜 기간 지치지 않고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고객 불편을 발견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질문은 책을 읽는 내내 필자를 괴롭혔던 질문이다. 사실 필자는 스타트업이라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아직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하나의 변명이 될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항상 정답을 맞혀야 하는 삶을 살아온 필자에겐 스스로 저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정해진 일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로 삼성전자라는 곳에 취업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지만 어쩌면 그 길은 저자가 이야기한 해군이 되는 일이고, 과연 내가 그 길을 좋아하는가? 에 대한 답을 아직 내리지 못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해군이 되는 것보다 해적이 되는 것이 더 재밌어 보인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한국식 교육에 의해(이것도 변명이지만)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느끼고, 그 두려움으로 인해 행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필자에겐 저 질문은 새로운 시작점이었다. "나"라는 존재를 다시 정의하게 해주는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저 질문에 답을 찾고 해적의 삶에 동참하고 싶은 소망을 키우게 되었다. 필자는 이 질문이 꼭 창업에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창업을 하지 않는다더라도 저 질문은 살아감에 있어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분들은 저 질문에 대한 본인만의 답을 가지고 계실지 모르겠다. 만약 가지고 계신다면 정말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만약 없으시다면 필자와 함께 그 고민의 답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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