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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Dec 23. 2020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의 힘

폴리 매스(와카스 아메드)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돼라" 이 말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에게 계속 되뇌어 왔던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모두가 각자의 분야의 초전문가가 되는 전문가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폴리 매스"의 저자 와카스 아메드는 이 통념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먼저 "폴리 매스" 사전적 의미로는 박식가, 여러 주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알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아메드는 이를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며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저자는 400페이지를 넘는 페이지수에 걸쳐 폴리 매스로 살아온 역사적 위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중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나이팅게일, 라이프니츠, 요한 볼프강 폰 괴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생소한 네사우알코요틀, 이븐 시나, 아흐마드 바바 등의 인물들이 있다. 위의 인물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만 사실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김 폴리 매스라는 것이다. 나이팅게일을 생각하면 우리는 간호사를 떠올리지만 나이팅게일은 간호사이자 수학자였고 또한 신학자였으며 페미니스트이고 독지가였다. 라이프니츠는 우리가 수학자로 잘 알고 있지만 그는 외교관이자 법률가였고 사서이자 철학자 지질학자 등 수없이 많은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폴리 매스에 의해서 발전해 왔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폴리 매스들이 과거에만 세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 북의 마크 주커버그,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 MIT의 언어학 교수인 노엄 촘스키,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존 페리스 등을 예시로 하여 현대 사회 역시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폴리 매스가 이끌어 감을 강조한다.


    저자는 특히나 그 어떤 시대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에서는 폴리 매스형 인간이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수없이 많은 전문가들이 사라지고 있고 이제는 하나의 지식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다가서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기계와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 기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에서 거대한 기계의 부품처럼 한 가지 일만 잘하도록 교육받은 인간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그렇기에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자는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그 분야 사이의 연결점을 찾는 즉 다양성 안에서 통합성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폴리 매스적 능력을 기르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서술한다.


1. 개성 :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

2. 호기심 : 경계를 짓지 않고 중단 없이 탐구하는 능력

3. 지능 : 다양한 자질을 배양하고, 연습하고, 최적화하는 능력

4. 다재다능함 :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넘나드는 능력

5. 창의성 : 서로 무관해 보이는 영역들을 연결하고 종합해 창의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능력

6. 통합 : 다양한 지식의 갈래들을 통합해 '전체'를 그리는 능력


저자는 이러한 자질들을 융합해 의식과 사고방식, 세계관을 재정립한다면 폴리 매스의 삶을 시작할 든든한 기초를 놓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폴리 매스를 경시하는 사회문화에 저자는 아쉬움을 표한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서구사회를 모방하느라 열심히라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평생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가는 삶을 알게 모르게 강요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오직 한 가지 일에만 평생 헌신하며 살아가는 길이 진리를 찾는 길이자 자아를 찾는 길이며 혹은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도록 세뇌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을 예시로 들면서 중학교 때는 10개 과목을 공부하고, 고등학교에서는 4개 과목을 선택해 심화 공부하고 대학교에서는 전공과목을 선택해 학위를 받고 대학원에서는 보다 세분화된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면 이보다 더 특수한 분야의 직업을 갖는다라고 설명한다. 사회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특기'를 발견하고 키우도록 적극 격려한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떠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사회가 요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자신의 전문분야를 너무 이른 시간에 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빠르게 분야를 정하게 한 뒤 다른 분야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직업이 자신이 원하던 일이 아니게 되고 이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거기에 더해 사회는 둘 이상의 직업 혹은 업종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은 재정적 관점에서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비전문가에게는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었고, 폴리 매스를 경제적으로 무능한 사람으로 비하하는 표현도 세계 여러 나라의 속담에 자리 잡게 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속담은 미신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폴리 매스가 됨으로써 직업의 다각화를 이룰 수 있고 이를 통해 극심한 침체기 속에서 특정 업종의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줄 때 더 안정적인 재정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폴리 매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 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우리는 폴리 매스였다. 정보화시대 이전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박학다식했다. 그러나 오히려 정보의 접근이 수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사회는 박학다식한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노엄 촘스키의 말에 따르면 과거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 가질 수 있는 관심거리가 현재는 분야별로 쪼개져서 전문가끼리만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다시 과거 르네상스 시대의 폴리 매스적 기질을 발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기질을 발현시키면서 우리는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창의적인 의견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더 재미있고 충만한 인생을 산다라고 조언하며 우리에게 폴리 매스의 인지 혁명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바로 개성이었다. 결국 폴리 매스와 전문가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나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모든 사람이 폴리 매스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초전문가를 추구하는 전문화 사회의 프레임에 갇혀 자신의 온전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자신이 폴리 매스적 즉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폴리 매스로써 살아가는 것이 좋고, 한 분야에 몰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전문가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회로 설계를 전공으로 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었으나 다양한 지식들을 접하면서 회로 설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계, 경영, 경제, 글쓰기 등 다양한 영역의 폴리 매스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최근에 들어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폴리 매스란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분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질문해보고 온전한 자신을 찾아 그 어떤 틀에도 구애받지 않는 폴리 매스의 삶에 동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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