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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당신의 첫사랑은 안녕하십니까.

by 희미니

2024.03.16

만나면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데 그냥 안 했어.

8년 전에 끝난 우리 사이에 구구절절 무슨 말을 하겠어.

그저 그동안 잘 지냈냐, 한 번쯤은 보고 싶었다, 네 소식이 궁금했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남아있는 그 마음만 전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어.

그 편이 네 마음도 편할 테고, 내 마음에도 상처가 덜 될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말이야,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변한 게 없구나.

나는 내 마음을 숨기기 바쁘고, 너는 그 마음에 여전히 관심이 없고. 변한 게 없었어 우린.

다시 8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만약 우리가 또 보게 된다면 말이야, 나는 또 아무 말 못 했던 오늘을 후회할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어쩌겠어. 그때와 지금은 우리 상황이 다른걸. 너와 내가 가는 길이 너무도 다른걸.

우리가 보냈던 오늘도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어있겠지, 오늘 우리가 추억한 8년 전처럼.

지내. 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

정말 많이 좋아했어. 안녕 내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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