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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어여쁘고, 맘은 어엿브고

인생, 살아내는 것

by 희미니

어른이 되는 기분 따위 알지 말걸 그랬다. 이렇게나 갉아 먹히는 기분일 줄 알았다면, 그냥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모르고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알아간다는 것은 이토록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오늘 내가 느낀 이 무거운 감정은,

챙겨든 현금과 버려진 편지를 보며

마음속으로 비교와 수긍을 하며 나를 깎아내린 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버린 내 아이의 편지를 마주한 것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그들의 그런 태도를 보는 내내 나의 마음이 무거웠고,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고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을 비추던 가득 찬 보름달 아래 내 마음은 텅 비어버렸다. 이 착잡하고 공허한 마음에는 결국 설움이 차올라 끝내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현실은 점점 더 나에게 많은 걸 알려주는데, 내 마음은 갈수록 아는 것이 없다.


어렵다, 살아내는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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