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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상장

엄마의 역할

by 희미니

참가자 대다수가 받는 거라는 사실을 알지만 ㅋㅋ

너희 인생의 첫 상장이라 기념하기로 했다. 그래서 상패도 사서 끼워주고, 맛있는 밥도 먹고.


상장을 받아 세상 기뻐하며 들고 뛰어오는 둥이의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 편에는 짠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1등을 할 순 없을 텐데, 항상 상을 받을 순 없을 텐데.. 하는 기우 때문에.

지금 저렇게 상장을 받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행여나 나중에 상을 못 받거나 1등을 못해서 겪을 좌절감, 상실감 등을 경험할 둥이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상을 받아 잠시 기쁘고 혹은 못 받으면 단순히 짧은 아쉬움으로 금세 잊어버리는 저 아이들만의 단순함과 순수함이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앞으로 살아가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을 받으려는 노력을 할 테고 그에 부합하는 성적이 아닐 경우의 좌절을 맛볼 때도 언젠가 둥이에게도 오겠지 하는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벌써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먼저 겪었기 때문이겠지.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으로 보자면, 나는 둥이가 그런 것들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거나 좋은 결과를 도출하려는 아이로 자라지 않았으면 한다.

상위권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칭찬을 받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그런 자세로 자신이 할 일을 끝까지 했다는 것에 작은 기쁨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한다. 매사에 의연한 태도로 작은 기쁨을 소소하게 누리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결코 강요하진 않으려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엄마의 존재 이유는 아이를 내 입맛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립할 수 있도록 아이의 내면이 단단해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라고 있는 것 아닐까.


비록 지금은 소소한 것에서 시작할지라도 곧 더 큰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기 위한 선택은 너희들의 몫이고, 그에 대한 대가나 책임을 감당하는 것도 너희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 내 이성적인 생각이긴 하나..

사실 엄마된 입장에서 객관적이기가 참 쉽지가 않다. 상장을 들고 기뻐 뛰어오는 내 아이를 바라보며 뿌듯함과 동시에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힘든 길보단 조금 더 쉬운 길, 빨리 가는 길을 알려주고 싶고.. 그래서 어떨 땐 답답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하지만 또 이렇게 글을 쓰고서 다짐해 보는 것은 설령 아이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패배감을 느낀다 할지라도 그 감정에서 또 배우는 것들이 있을 테고, 그것에서 배울 수 있도록 내 아이의 내면을 끄집어내어 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는 것.


엄마가 되는 길은 오늘도 너무나 어렵다.


다 쓴 글을 한번 주욱 읽어보다가 문득 나에게 지금 내가 해주고픈 말이 생겼다...

하이고. 애미야. 내일 걱정은 내일모레. 아직 오지 않은 너거 아들들 미래에 대한 걱정 말고 당장 저녁밥 뭐 먹을지부터 걱정이나 하자!


세상 엄마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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