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내일에 대한 부담 없는 마음이라니.
이제 나는 일로부터 자유의 몸이 되었다.
2월까지만 해도 퇴사 예정자 였는데, 3월 1일부로 퇴사자가 되었다. 이제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끝내고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하는 등 1분 1초가 조급해 발을 동동 구르며 준비하는 그 기분은 당분간 느낄 필요가 없을 듯하다.
나는 살면서 몇 번의 회사를 다니며 몇 차례 퇴사를 했다. 그럴 때마다 어떤 한 감정이 따라오는데, 그 감정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래, 설렘에 가까운 것 같다.
그만두는 아쉬움이 있었던 곳도 있긴 하지만, 나는 퇴사를 하면 설레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이번 퇴사는 유독 의문이 들었다. 왜지? 왜 퇴사를 하는데 기분이 좋을까?
너무 일이 하고 싶어서 남편과 싸워가며 겨우 다닌 직장이었고, 당장 앞으로는 수입도 안 들어올 테고.. 매일 웃게 만드는 내 동료들도 없는데.. 특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인데..
왜 여전히 나는 기쁘고 설렐까.
그것은 어쩌면 나의 퇴사는 곧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매 번 그랬다. 회사를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유학을 가거나, 다른 곳에 스카우트되거나, 개인 사업을 시도하거나, 결혼과 육아를 하거나..
늘 그만두고 나면 무언가 내 인생에서 다른 시도들이 잔뜩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시도들이 곧 나에게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 아닐까.
이번 퇴사 이후에는 육아와 함께 조금 더 나의 학업과 글쓰기에 열중하기로 했다. 내가 평소 배우고, 하고 싶던 일들이라 그런지 설렘과 기쁨이 더 큰 것만 같다. 그것이 아쉬움보다 더 큰 설렘으로 다가온 것 아닐까 한다.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고 당장이라도 꽃이 필 것 같은 기분의 3월이다. 이번엔 어떤 기회들이 잔뜩 펼쳐질까. 올 해는 정말이지 내 인생을 바꿀 기회들이 잔뜩 생길 것만 같다. 주로 내 감은 잘 맞으니 믿어봐야지. 무엇이 되었든 즐기자 나의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