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둥이의 말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 같은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니.
마음에 작은 파장이 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말은 내가 딱 둥이 나이 때 엄마에게 했던 말이 아니던가.
엄마가 된 내가 이 말을 똑같이 듣다니.
너 정말 내 배에서 나온 아이가 맞구나.
내가 7살 유치원생일 무렵 꿈을 적어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나물을 손질하고 있는 엄마 옆에서 나는 쩌억 갈라진 틈이 보이는 니스칠을 한 마루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선생님이 꿈을 적어오라는데 두 개 중에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 나는 커서 엄마가 될까, 간호사가 될까?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엄마는 내가 간호사 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둘 중에서 커서 뭐 하지?"
하고 얘기를 했고, 나는 아직도 엄마의 생생하고 맑은 웃음소리가 기억이 난다. 아마도 엄마는 그날 내 말에 무척 행복하셨을 테지. 둥이 말에 내가 너무나 가슴 벅찼던 것처럼.
친정에 가서 거실에 앉아 엄마와 함께 마늘을 까거나, 엄마 밭에서 캐어온 나물을 함께 다듬거나 할 때면 가끔 그날이 생각이 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내 생각이라도 읽으신 건지 엄마도 그 이야기를 꺼내신다.
"하이고, 니 어릴 때 엄마 억수로 좋아했다. 니가 커서 엄마 될끼라 그랬을 때가 있었는데, 인자 진짜 엄마 안 됐나 고마. 그 쪼매난기 인자 다 커가 쌍디를 낳아 키우고 있다." 하고 웃으시며 함께 추억을 상기하곤 한다. 이 일화가 엄마에게 웃음을 주고 자꾸만 회자가 되는 것을 보면 비단 그 일은 나에게만 아름답고 좋은 추억이 아닌가 보다.
내 어린 날의 마루 위에서 엄마와 단둘이 보낸 그 오후, 둥이 덕에 깨달은 그날의 엄마의 행복하고 벅찼을 감정들. 이런 감정을 알았다는 것.
참 감사한 일이다.
아이를 낳아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은 나에게 참 고맙고 소중하다. 그 이해의 과정 속에는 정말이지 엄마에게 감사할 일 투성이다.
이번에 친정에 가면 쑥스럽고 민망할 테지만 꼭 말씀드려야겠다.
"엄마, 나는 어릴 때도 엄마를 억수로 좋아했고, 지금도 여전히 엄마를 억수로 좋아해요."라고.
아무튼 나는 뭐, 결국 간호사는 되지는 않았다. 엄마가 바라셨던 간호사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다른 일을 하며 마침내 내 인생 첫 꿈이었던 엄마가 되었다.
하지만 나의 엄마 같은 멋진 엄마가 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한 것이 많은 엄마이고, 아마 평생이 가도 내 엄마만큼 사랑과 희생이 가득한 엄마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