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건 연례행사처럼 여겨왔지만, 역시 가을을 떠나보내고 추위를 기다리는 일이란 꽤나 떫은 감을 씹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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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집 베란다에서 보는 동네 나무들이 더욱 붉고 누런색을 띠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풍나무 주위를 서성거리는 고추잠자리를 봤다. 예전에는 '된장잠자리'다, '고추잠자리'다 하는 잠자리를 심심치 않게 봤던 것 같은데, 고작 고추잠자리 한 마리를 발견하고 산뜻한 기분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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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출, 일몰 시간에 지평선에서 뿌려지는 빛깔도 한층 더 선명하다. 지퍼를 여미게 만드는 쌀쌀한 공기 속에서 그런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썩 나쁘지 않다. 이 밖에도 사소하지만 오직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많을 텐데. 겨울에는 어떤 즐거움으로 일상을 보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글 사진/ 김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