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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형 Sep 20. 2019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것


서울, 이촌 한강공원



 제주 여행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왔다. 2주 만에 마주한 한강은 여전히 푸른 빛깔을 띄며 서울을 관통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남은 건 사진과 추억, 그리고 사람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새로운 인연을 맺고 구면의 친구와 우정을 단단하게 다졌다. 내가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언제나 흥미롭다. 서귀포에서 군대후임을 6년만에 만났다. 그 친구는 베트남에서 2년간 일을 하다가 지금은 서귀포에서 서핑 강사를 한다. 베트남에 있을 때는 돈을 꽤나 잘 벌었다고 말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반의 반 토막의 돈을 받으며 일하는데 요즘이 더 재밌고 행복하단다. 그 친구에게 '돈'은 인생의 행복을 평가하는 지표가 아닌듯했다.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도 그런 족속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며칠 뒤에 홀로 한라산을 올랐다. 그간의 여행을 머릿속에 정리하기 좋은 코스였다. 풀 내음 가득한 산길을 걸으며 생각했던 주제는 '과연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였다. 오로지 행복만을 좇는, 꿈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어른인 건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지하고 삶의 울타리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어른인 건가. 두 가지 논제가 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논제이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감당해야 할 것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무게가 느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위의 두 가지 논제에 나를 대입하면 나는 전자에 해당한다. 



 꿈과 행복을 좇고 싶은 사람. 그렇다고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책일져야 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을 키우자. 내가 포용할 수 있는 삶의 범위를 넓히자. 그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다.


 서울에 도착하니, 2주간의 가을장마가 끝났다. 습기 없는 선선한 공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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