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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Oct 31. 2017

후아나 이모네 동네, 티후아나

멕시코의 일상 기록하기

멕시코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도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멕시코시티, 칸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의 멕시코 이야기 첫 페이지는 티후아나로 시작한다.

Tijuana.

들어본 적은 있는지.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떠올려보지도 않은 멕시코,

그중에서도 아주아주 작은 도시 티후아나.

나는 서른이 넘어서야 이 곳을 천천히 여행하게 됐다.


안녕, 티후아나!


티후아나 Cecut 내부에 그려진 멕시코 벽화 / 왼쪽의 코끼리 코 처럼 긴 부분이 Baja California 주. 그 안에 티후아나가 있다.


인터넷에 티후아나를 검색하면, 미국에서 멕시코로 넘어가는 경유지가 있는 도시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혹은 미국 캘리포니아를 여행하다 당일치기로 넘어가 멕시코를 "체험"하는 하루 코스의 방문지 정도.


 티후아나는 멕시코의 모서리에 삐죽 나와있는 Baja California (이하 바하) 주에 있다. 한국처럼 바하 캘리포니아 주도 북과 남으로 나뉘어 있는데 티후아나는 북쪽에 속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하지만 이 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남북을 통일해 "바하"라고 부른다. Baja 바하는 (Under) 아래라는 말로 Baja California는 '캘리포니아 아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언젠가 물었다.

티후아나는 왜 티후아나로 불리냐고.

그가 말했다.

전에 이 도시가 아주 작은 마을 일 때, 후아나라는 이모가 살던 곳이어서,

후아나 이모네 동네, 후아나 이모네 동네, 후아나 이모....라고 줄여서 부르다가 Tia (이모) Juana (후아나)에서 티후아나가 됐다고.


후아나 이모는 하늘에서 보고 있을까?

이모의 이름을 딴 마을이,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국경도시로 꼽힌다는 걸.

아직은 조금 더디지만, 천천히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티후아나의 1세대 자녀들이 도시를 키우기 위해 애쓰는 공을,

다른 지역에서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이곳으로 모이는 모습을,

보고 있을까 그녀는. 

.  



티후아나는 한 골목 한 골목 지날 때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휑한 황무지 뒤에 화려한 건물들이 즐비하기도 하고, 바로 뒤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집들도 보인다.

고속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노숙자들을 보다 보면 예쁜 바다와 값싸고 맛있는 타코를 즐기기 위해 

주말마다 멕시코를 찾는 미국인들도 눈에 들어온다.

거기다 매일 미국으로 출퇴근을 하는 스팡글리쉬 Spanglish (스페인어+영어를 합쳐서 말하는)  멕시코인들도 많아 티후아나를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모두가 멕시코는 위험하다고, 티후아나는 더 안전하지 않다며 걱정을 하지만, 그럼에도 티후아나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참 많다.  

그래서 이곳에 적고자 한다.


'멕시코 여행에 좋은 곳을 추천해줘, 알려줘'라는 지인들을 위해,

또 라틴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위해,

멕시코의 사랑스러움, 바하 캘리포니아의 숨겨진 매력, 

티후아나의 곳곳을 꼼꼼하게 만나보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관광이 아닌 일상을 사는 멕시코 사람들의 예쁜 모습을 마주하고

우리와 다르면서도 신기하리만큼 비슷한 이들의 삶을 통해 내가 받은 위로를 함께 나누고 싶다.


함께 걸어도 좋다.

그런다면, 나와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멕시코와 사랑에 빠질 거라고, 자꾸자꾸 생각날 거라고,

당신도 자신감 가득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티우하나의 가을 하늘, 오후 다섯시에서 여섯시 사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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