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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Nov 18. 2017

바다 발레 학원

Academia de Ballet Playas 


일단 Baja California (이하 바하) 에 넘어왔다면 티후아나에 갈 곳은 많다.

또 티후아나를 지나 Rosarito, Tecate, Ensenada, Mexicali, San Felipe, Valle de Guadalupe 그리고 PuertoNuevo로 가 바다와 해산물, 멕시코스러운 건물들을 볼 수도 있지만 

내가 일주일에 두어 번 티후아나를 찾는 이유는 바로 이곳이다.

티후아나의 바다로 향했다.

동네 이름도 Playas de Tijuana ("티후아나의 해변")라는 사랑스러운 지명.

바다의 이름을 붙인 이곳이 나의 발레 학원이다.

Academia de Ballet Playas.  



이곳은 Royal Academy of Dance (영국 왕립 무용학교, 이하 RAD)와 연계된 곳으로, 모든 학생들을 RAD 의 클래식 발레 교과서를 토대로 가르친다.

니체 (Nicte) 원장 선생님은 Escuela Nacional de Danza Clasica y Contemporanea 출신으로 바다가 있는 이곳에 발레 학원을 열었다. 올해가 25년째다.



1년 동안 수업을 받고, 시험을 을 준비하고, 또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며 성장해가는 발레리나들.

일정 단계를 거치면 발레 교사 자격시험도 볼 수 있어서 어떤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이곳에서 교사로 일하기도 한다.



니체 원장선생님이 시험을 앞둔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Carla Mariscal 선생님은 니체선생님의 오랜 동료이다.  


 바다 발레학원의 최연소 교사 에일린. 저녁에는 수업을 듣고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Adolfo de la Toba 선생님.  


이곳 출신인 Vickey Reyes 선생님. 미국과 멕시코를 드나들며 발레를 가르치고 있다. 현대 티후아나 무용팀 "Lux Borea"에서현직 댄서로도 활동 중이다.


돈이 드는 무용 발레.

하지만 멕시코에서는 한국이나 미국보다는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배울 수 있다.

또, 한국처럼 부모가 붙어서 공연복을 챙겨주고, 화장을 시켜주고, 토슈즈 리본을 꿰매 주는 일은 없다.

이곳의 작은 발레리나들은 모든 걸 스스로 한다. 그것도 발레리나의 자세라고 원장님은 가르친다.

용모를 단정하게 가꾸고, 춤을 배우러 와서 조용히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집중하고, 내 몸에 익히고 또 일 년에 한 번씩 무대에 서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

그게 이곳에서 말하는 발레다. 







물론 저학년에 비해 고학년반의 학생수는 훨씬 적다.

원장 선생님은 매년 발레를 하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했다.

어쩌면 클래식 발레라는 것 자체가 고집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하지만 분명한 건 이곳은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골라 받거나 "오 너무 늦었어요", "이런 신체로는 발레를 할 수 없어요"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은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티후아나 바다마을의 또 다른 바다이다.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싶어 한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싶어 한다.

내 카메라 너머의 피사체들은 그런 발레리나 들이었다.

 하지만 곧 바닥을 기어 다니는 운동과 같은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Contemporaneo라고 부르는, 현대무용 수업 수강생들이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니체 원장 선생님이 내 옆에 와 앉았다.


"선생님, 현대무용이 발레에 도움이 되나요?"


"아니, 발레가 모든 춤의 기본기가 된단다"


"그런데 왜 여기서 현대무용 수업을 열어요?"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니까"



아래줄 왼쪽에서 세번째, 니체 원장님의 발레리나 시절 모습
Carla 선생님과 Nicte 원장님


요즘 클래식 발레를 하려는 젊은 이들은 없는 것 같아.
길이 너무 멀고 고되니까.
그렇지만 분명 클래식 발레에는 그 아름다움이 있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모든 동작을 익혔다 하더라도 계속 연습해야 해


작고 허름하다 할 수도 있지만 

긴 시간 이곳을 지키며 멕시코의 발레리나를 양성해온 니체 원장님

이제는 제자들이 보여주는 바다와 같은 춤을 감상하며 환하게 웃을 일만 가득하길.

그녀를 닮고 싶어 멕시코에 남아 발레 교사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티후아나에 머물 예정이라면 Playas de Tijuana 동네에 머무는 걸 추천!

(Playas de Tijuana 동네 편은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그 기간에 Academia de Ballet Playas 공연 소식이 들린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와 주고 또

늦게라도 발레리나를 꿈꾼다면 Academia de Ballet Playas에서 일일 무료 수업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며,

나에게 활짝 웃어주는 발레리나들에게 커다란 키스를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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