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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Nov 12. 2017

Dia de Los Muertos

조금 특별한 멕시코의 공식 제삿날

11월 첫째 주는 멕시코에서 가장 큰 국경일, 

Dia de los Muertos (죽은 자들의 날) 주간이었다.


11월 1일이 공식 휴일이자 그 전후 며칠도 같이 기념하는데

올해 내가 느낀 Dia de los Muertos은 조용한 축제 같았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엄숙하거나 우울하지 않은 분위기. 


죽음인데?

죽은 사람들을 떠올린다는데?

잘은 모르지만... 해골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는데?

그게 뭐야.


하고 마음대로 생각했었는데,

미국의 핼로윈과 같은 날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본, 나의 티후아나인들에게는.

그들의 Dia de los Muertos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멕시코의 모든 사람들이 죽은 자를 기리는 공식 제삿날.  

이 나라에서는 이걸 Dia de los Muertos이라 부른다. 

죽은 사람. 아니, 죽었다는 표현 보다, 세상을 떠난 내 가족, 지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서,

하늘에 있는 그들을 모두 추억하는 날.

그 날이 바로 이 날이다.


이 기간 동안 멕시코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에 Altar (제사상)을 차려놓는다. 

한국에 살 땐 멕시코의 Dia de los Muertos이 그저 사람들이 해골 분장을 하고 거리행진을 하는 축제인가 보다 했었다. 또는 다 같이 모여 Tequila를 먹는 파티쯤으로 알았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기 사람들은 무엇보다 Altar을 우선으로 하는 날이라는 걸 알게 됐다.

거창하진 않다. 

필수로 챙겨야 하는 건 하는 건 색색으로 된 Papel Picado와 매리골드 꽃 (멕시코에서 추모의 뜻을 가진) 등 몇 가지들 뿐. 말 그대로 마음만 있으면 된다. 

(Papel Picado는 조각내서 자른 종이를 뜻한다. 이 종이는 Altar을 장식하는데 쓰이기도 하고 파티가 열릴 때도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 

내가 본 티후아나의 이 날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Altar을 쌓는 날이다. 


티후아나의 문화의 전당 Cecut (Centro Cultural de Tijuana) 에도 특별한 Altar이 준비돼 있었다. 여기는 매리골드 꽃으로 높이 탑을 쌓고, 빵과 과일 모형, 메리골드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 놓은 모습이었다.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난 멕시코의 화가 Jose Luis Cuevas 을 기리며 만들어진 Altar.


약 5미터로 높게 쌓은 Altar은  빵과 과일, 메리골드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모든 Altar이 이렇게 화려한 건 아니다.   

미초아칸, 오악사카, 산 안드레스 믹스 킥,  유카탄, 메리다 등 

멕시코의 주마다 이 날을 기리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고 

Altar의 방식, 그 후에 갖는 의식도 모두 다르다.

어쩌면 바하 캘리포니아의 티후아나인들이 보내는 Dia de los Muertos은 훨씬 캐주얼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곳, 

티후아나 사람들의 Dia de los Muertos은 Altar을 쌓는 것, 그것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공간을 꾸미고 

그가 사랑했던 것,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마음으로나마 전하는 그런 날.


Nicter 선생님이 발레 학원 입구에 꾸며놓은 Altar. 오랜 동료이자 멕시코의 귀한 무용수였던  분을 추모했다.


준비하는 동안의 스트레스는 없다.

누군가 -며느리나 아내와 같은- 가 대신 차려야 하는 의무도 없다.

그저 사랑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의 사진을 세워놓고 초에 불도 켜 같이 먹고 싶은 것들을 올려놓는 게 이들의 Altar이다.

누군가는 사탕을 올려놓기도, 콜라를 올려놓기도 하지만 아무도 왜 그런 걸 올려놓냐는 둥 장난치지 말라며 혼내지도 않는다.


 물론 꼭 올려놓는 음식도 있다.  Dia de los Muertos 기간에 빵집에 가면 한 가지 빵으로 가득 차 있는데, 사람들은 이 빵을 Pan de los Muertos이라 부른다. 

"죽은 자들의 빵" 



다양한 크기로 판매되는 Pan de los Muertos


밀가루 빵에 오렌지 시럽과 설탕을 바른 단순한지만 맛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맘때만 나오는 빵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일 년 내내 기다렸다 사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 집에서 종종 만들어먹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Altar에 올려두는 용도로 사지만 어떤 사람들은 큰 사이즈로 주문하 가족이 다 함께 나눠먹기도 하는 소박한 음식이기도 하다. (미리 빵집에 크림 또는 초콜릿을 속 안에 넣는 걸 주문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물론 더 맛있다.)


미국보다 멕시코 (Dia de los Muertos에 맞춰) 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 "Coco" 


정말 정말 영화 홍보나 리뷰 글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내년 1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 "Coco"역시 Dia de Los Muertos이 배경이다. 멕시코 소년과 가족들이 이 죽음의 날에 겪는 어떤 이야기라는데 감동적이고 슬프다나.... 뭐라나..... 


멕시코의 국경일이 픽사의 아이템으로 선정된 건 그만큼 이 날이, 이들이 기리는 이 기념일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Dia de los Muertos은 다른 나라들에게도 핫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브라질이나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11월이 1일이 아니어도, 어떤 날을 잡아 "Dia de los Muertos"이라는 테마의 파티를 연다. 멕시코 전통음식을 먹고 해골 분장을 하고 테낄라도 마신단다.


 어쩌면 Dia de los Muertos은 멕시코스러움이 가장 잘 묻어나는 날인걸까.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도 이 '멕시코스러움'이라는 이유로 Dia de los Muertos을 인류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2008) 했을지도, 그래서 다들 이렇게 기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해골 분장을 하진 않지만, 이런 문화가 흥미롭다.

멕시코의 오랜 역사와 문화와 시간과 의미가 녹아있는, 멕시코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죽은 사람을 기리는 이들의 방식. 그 안엔 아주 아주 오래전 원주민들의 희생과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 테니까.


사실 내가 이 곳에 Dia de los Muertos을 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멕시코 친구들이 나에게 보여준 Altar의 사진과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서 그렇다.


"이건 돌아가신 우리 엄마와 아버지를 위해 차린 거야",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해 우리 가족이 만들었어"


덤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죽음을 이야기하던 그 목소리,

그때만큼은 스페인어도, 

다른 언어도 아닌 마음의 말로 진심이 다가왔는데 괜히 코끝이 찡했다.


먼저 고인이 된 가족을 소개하고 

자기 손으로 만든 자그마한 Altar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용기, 뿌듯함, 소박함, 자랑스러움과 같은 것들이 묻어나는 그 따뜻한 마음.

나는 갖고 있을까? 


배우고 싶다.

상대방이 전하는 가족의 뒤늦은 부고를 듣고 보듬어 안고 토닥이는 반응,

그건 미안함, 당혹스러움,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 탄식, 한숨과 같은 반응이 아닌 그 따뜻한 마음을.


"우와... 정말 예쁘게 잘 Altar을 만들었네"

"사진 속 이분이 고인이셔? 참 고우셨다"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손길,

늦었지만 위로를 주고 싶어 라며 꼭 껴안아 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몇 초간은 같이 가만히 상대방의 마음을 느껴보는

조용한 공기를 나누는 법. 


배우고 싶고 오래오래 나누고 싶다. 

내가 보낸  Dia de los Muertos 은 

티후아나 전체가 메리골드 색처럼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따스한 시간들이었다.

 


티후아나의 오렌지빛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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