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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 Jun 21. 2018

나는 좀비다

여전히 이별 중

사람이 슬플 때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잠들게 된다면

길거리에서도 픽픽 쓰러져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밤에 수면 대신 통곡을 해야 피로가 풀린다면

밤은 고요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밤에,

분명히 잠을 자고 있는데, 

눈물이 계속 흐른다면 그건 어떤 현상일까


달콤한 꿈을 꾸면서도 울음이 터진다면

그건 이상한 나라의 좀비라서 그런 것일까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별은 진작에 했더랬다

마음 아픈 기억도 애초에 지웠더랬다


그런데도 자꾸 밤에 눈물이 나는 이유,

생각해보니

꾹꾹 눌러놓은 우울한 기운들이 새벽마다 내 방을 맴돈다     


그때마다, 우리 그럴 때마다

유일하게 서로를 이해하던 사이

유일하게 서로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 없이 울음을 쏟아내도

이해하던 사이,

그 대상이 서로였는데

이젠 너에게 전화를 걸 수 없어서

그런 네 전화를 이제 받을 수 없게 돼서

난 좀비다

난 좀비야 




*이 글은 <어른의 연애>에 수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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