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별 중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
- 글쎄요... 월남쌈?
친구들이랑 주로 어디서 노냐고 묻는다
- 글쎄요... 그냥 학교 앞이오.
형식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나는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년간 그 사람에게 맞춰
그 사람이 있는 곳
그 사람이 먹는 것
그 사람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봤었다
어쩌면 나에게 어쩌면 그에게 온전히 맞춰
이제는 내가 돼버린 그였고 그였던 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은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이 등장해 나에 대해 묻는다
여전히 나의 90% 이상이 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 모습이 원래의 나인 마냥 나는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누구일까?
어쩌면 나, 그 사람을 지우면서
나까지 완전히 지워야 하나보다
그 사람이 없으니까 나도 없다.
*이 글은 <어른의 연애>에 수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