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여행견문록
렛잇고. 렛잇고.
그녀의 양손에서는 하얀 눈발이 뿜어져.
영화관에서 만난 엘사가 마치 저 성에 있을 것만 같아.
하얀 눈이 쌓인 호수가 공주님이 살고 있는 성을 포옥.
눈사람은 스케이트를 타고 루돌프는 썰매를 끌어.
슬로베니아의 용은 공주님을 만나러 먼 길을 날아왔어.
공주님. 공주님.
용이 공주님을 애타게 불렀어.
너무 애가 탔는지 용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어.
용의 뜨거운 불이 공주님이 살고 있는 성을 화르륵.
눈사람은 울며 사라지고 루돌프는 썰매를 버려.
sLOVEnia의 용은 울며 날개를 퍼덕였어.
용아. 기다려.
절대 움직여서는 안 돼.
공주님이 용에게 말했어.
그리고 세상이 멈추었어.
용은 공주님을 기다리고 있어.
블레드 성 밖으로 나올 엘사를.
정해진 짧은 시간 동안 유럽여행을 할 때 보통 사람들이 슬로베니아를 많이 찾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슬로베니아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드라마 디어마이프렌드에서 봤던 슬로베니아 피란의 풍경들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이었던 고현정 배우의 연하 남자친구인 조인성 배우가 외국 생활을 하고 있던 곳이 슬로베니아였다. 극 중에서 그는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그 사고가 났던 도시는 슬로베니아 피란이었다. 피란은 지중해를 경계로 이탈리아를 바라보고 있어서 이탈리아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는 도시였다. 하지만 나는 체코, 오스트리아를 거쳐서 슬로베니아로 점점 남쪽으로 내려왔다. 결국 여행의 중반 즈음에 슬로베니아 수도인 류블랴나에 도착했다.
류블랴나는 스키 타기 좋은 곳이라는 평이 많았다. 우선 공항에 내려서 숙소로 가는 때에도 택시 기사가 여행을 왔어? 스키를 타러 온 건가? 하는 이야기를 했었다. 저 산을 봐~ 스키 타기 딱 좋아 보이지 않아? 하면서.. 류블랴나에서 하고 싶은 일은 블레드 호수에서 블레드 성을 보는 것이었다. 겨울왕국의 모티브가 된 장소 중 하나라던가? 사진을 보면 정말 그럴싸하다. 엘사가 살 것만 같다.
https://finestayslovenia.com/photos/lake-bled-winter/
날씨가 좀 더 좋을 때의 사진을 찾아보니 뭔가 마음이 잔잔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내가 슬로베니아에 도착했을 때의 날씨는 엉망진창이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왔다. 시간이 며칠 없는데 날씨가 계속 안 좋으니 거의 도심을 돌아다니고 실내에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중간에 비가 좀 그칠 것 같은 날이 하루 생겨서 블레드 호수에 가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것.. 귀신 안 나오면 다행이다. 오른쪽 사진의 성벽에는 관광객이 올라갈 수 있다. 가면 식당도 있고 기념품 샵도 있다고 해서 걸어 올라가 보았다. 혼자였다면 무서워서 안 갔을 텐데, 당시에 나랑 비슷한 처지의 아줌마도 갈까 말까 하고 있어서 그냥 같이 올라갔다. 성벽에 올라가니 뭔가 좀 보일랑 말랑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포켓몬 고를 진짜 많이 했고... 고라파덕도 잡고 마인부우도 잡고... 동양에서 온 불쌍한 소녀 사일 내내 비가 올 거야! 하는 위로를 많이 받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맑은 날의 블레드 호수와 블레드 성을 보고 싶다. :)
이 브런치 북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을 벗어난 다른 지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슬로베니아, 체코, 오스트리아 순으로 동유럽을 한 번 같이 여행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