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드디어 오징어 게임 2가 공개되었다. 나도 굉장히 기다리던 시즌이었다. 시즌 1도 아주 센세이션 했고, 좋아하는 가수 탑이 나온다고 하니 많이 기대했다. 새로운 시즌이 나오니까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 글을 써본다.
내가 다니던 어학원의 선생님은 오징어 게임의 광팬이었다. 그는 백인에 수염이 잔뜩 나고 뒷머리를 쫑하고 묶은 약간은 전형적이지 않은 미국 아저씨였다. 그는 오징어게임 시즌 2가 여름 즈음에 공개된다고 해서 잔뜩 신났었다가 그건 시즌 투가 아니라 비슷한 예능임에 약간 실망했었다.
어느 날 그는 각자 좋아하는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과제물 점수가 크니까 잘해오라며 어떤 영화들을 들고 올지 기대하겠다는 그의 말에 나는 어떤 영화를 고를지 좀 고민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오징어게임 다들 아니까 이정재가 나오는 관상을 소개할까? 생각했다.
영화를 소개하던 날에 우리 반에 있던 다른 한국인 친구는 신하균이 출현했던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설명했다. 약간 괴상한 (?) 내용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다. 설명해 주던 친구는 이 작품은 엄청난 명작이라고 설명했고 나는 100%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미국에서 리메이크도 된다고 하니 유명한 영화임은 분명했다.
나는 관상이라는 영화를 소개했다. 우선 얼굴을 보고 성격, 운명 등을 알아맞힌다는 개념이 외국인들에게 생소했기 때문에 관상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했다. 영화의 부분 부분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던 중 조선의 사람들이 저렇게 관상만을 맹신하고 사람을 임용할 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설전이 오갔다.
영화의 중간에 가짜 수양대군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수양이 자신의 관상이 읽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역을 세운 것인데 가짜 수양대군은 아무리 봐도 관상가의 눈에는 역모를 일으킬 인물이 아니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잠깐 영상을 멈춰 세우고 물었다.
"이 사람이 반역을 일으킬 것 같아?" 나는 아니라는 답을 기대하고 물었다.
"Nobody knows." 아무도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러시아 아줌마의 대답이었다. 아줌마는 가끔 자기가 태어났을 때는 소련이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 태어나 냉전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의 말이라 왠지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렇지. 생각해 보면 외모와 성격이 같이 가지 않는 경우도 많지...
"그러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소개하는 사람이 수양이라는 건 기억해야 해."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사람을 호랑이로 묘사한다던가 쥐 같다고 말한다던가 하는 부분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웃긴다고 이야기했다.
영화는 흘러 흘러 우리나라 3대 등장씬으로 불리는 수양대군 이정재가 흉악한 표정으로 등장하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이 사람 본 적 없어?" 내가 물었고,
오징어 게임 광팬이었던 선생님이 답했다. "없는데.."
"헉.. 아는 사람일 텐데."하고 구글에서 사진을 찾아보자 "아. 송긔훈~"하는 답이 돌아왔다. 배우 이정재의 깔끔한 모습에 외국인들이 깜짝 놀란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정말 못 알아볼 줄은 몰랐다.
뒤에도 좋은 장면들이 많았고 영화 설명은 무사히 끝났다.
관상이나 손금, 사주 같은 개념들이 미국인에게 낯설기는 하지만 영화의 소재로는 신선했다. 사실 여기서도 별자리를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걸 보면 여기 사람들이나 저기 사람들이나 불확실한 미래를 점쳐보고 들여다보고 싶어 하나 보다.